고려시대의 청자(靑瓷)와 조선시대의 분청자(粉靑瓷), 백자(白瓷)는 세계의 수많은 도자기 가운데서도 뚜렷한 성격을 지니며, 그 하나하나가 지니는 아름다움 역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옛 도자기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일은 우리 옛 문화를 이해하는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며, 이에 따른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옛 도자기는 우리 민족문화 유산의 하나로서 단지 그릇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옛 도자기를 이해하고 감상하기란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지만, 차츰 박물관을 드나들고 각각의 도자기가 지닌 특징들을 세심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친숙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관련 책들을 대하다 보면 도자를 이해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가고, 박물관을 자주 찾고 많이 보며 생각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도자기를 이해하려 하다 보면 도자기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갖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적인 배경과 성격을 이해하는 일이 보다 근본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도자기를 이해하는 지름길 중 하나는 도자기를 만드는 가마의 작업장에 직접 가서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배우는 일이다. 물레를 돌려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란 보기에는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실패의 연속이고 문양 새기기 역시 쉽지 않다. 한밤 가마에서 불을 때는 장인(匠人)과 함께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익어가는 도자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신비로운 경험인지… 하나의 도자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지 안다면 완성품으로서 박물관에서 대하는 도자가 얼마나 새롭고 소중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려와 조선 도자가 만들어진 시대의 역사적·종교적·사상적 배경, 생활에서의 쓰임새, 기형과 문양의 특징에 관해서 배우면 배울수록 도자가 더욱 새롭게 보일 것이다. 우리 옛 도자를 이해하려면 이렇듯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고려와 조선 도자의 역사 속에서 찻그릇 작품을 살펴보고 아름다운 우리 찻사발을 감상하는 일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과도 같기에 매우 중요하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우리 옛 자기瓷器(사기그릇)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꿈, 또 그들이 추구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자기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옛 도자기가 갖고 있는 그 시대적인 배경과 특징,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보다 근본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한 중국과 일본의 자기에 견주어 기형이 단순하고 차분한 색이 주조를 이루는 아름다운 우리 옛 도자기는, 수많은 세계의 도자기 중에서도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청자, 백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기의 역사만을 강조한 측면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질그릇의 역사도 자기와 더불어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그 내용을 함께 실었습니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 옛 질그릇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곧 1만여 년의 오랜 역사르 ㄹ지닌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