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빚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은 빚에 시달리다가 개인파산, 면책을 받았지만 여전히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받아 내려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린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법은 운명에 저항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빚더미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소설 속에는 일부분 개인의 체험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깨닫게 됐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의 준말인 ‘가성비’는 언뜻 계산적인 말 같지만 감정과 연결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감정은 정확히 가격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 감정을 염두에 둔다. 좋아하는 사람과 먹은 음식은 맛있게 여겨지고 싫어하는 사람과 먹은 음식은 끔찍하게 느껴지듯이 감정이 상하면 가성비는 떨어진다. 제아무리 고가의 여행일지라도 불쾌하고 힘들었다면 손해를 본 느낌이 들 것이고 가성비 좋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다녀온 태국 여행을 떠올리며 소설을 썼다. 여행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고 싶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때 한 번 더 태국 땅을 밟아보고 싶다. 오랜 시간 기다려 떠나는 태국 여행은 분명 ‘가성비 갑’일 테니까.
― 김의경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모멸감을 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목소리가 섹시하다'는 둥 성희롱도 종종 당했죠. 처음에는 심한 얘길 들으면 몇 시간 동안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계속 일하다 보면 그런 감정이 조금씩 줄어들긴 하는데, 그래도 익숙해지진 않더라고요. 너무 괴로울 땐 그 사람 주소를 적어놔요. '언제 찾아가서 돌멩이를 던져주겠다' 생각하죠. 그러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그런 일이 반복되는데, 그 이야기를 소설로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옥상에서 다들 담배를 피웠는데, 저는 담배를 안 피워도 전화 받기 싫을 때 자주 올라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옆에서 남학생들끼리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너 왜 연애 안 하냐?'/'연애에 쏟을 감정이 어디 있냐'/'진상한테 쏟을 감정은 있고 연애에 쓸 감정은 없냐?' 이런 대화였는데, 이게 딱 감정노동에 진이 빠져 연애도 못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싶었죠. 또 제가 거기서 일할 때 워낙 답답하니까 '여기 있는 애들을 다 바다에 데려다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소설 속에서 이뤄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