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커피처럼, 똑같은 재료를 다루어도 미나토 가나에의 손을 거치면 누구도 낼 수 없는 강렬하고도 인상적인 풍미의 작품이 완성된다. 갈색 액체를 보면 ‘보아하니 블랙커피이겠거니, 커피 맛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상상한 것보다 더 쓸 수도 있고, 달콤한 시럽이 가미되어 있을 수도 있으며,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온도차를 느낄 때도 있다. 《리버스》는 그런 다양한 감각을 베이스로 진한 마지막 한 방울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본문 내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각 작품이 다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염소자리 친구〉입니다. 도를 넘어선 학내 폭력에 기인한 살인, 그리고 차원의 문 같은 집의 독특한 입지 때문에 그 사건을 미리 알고 있던 주인공 소년이 마치 속죄라도 하듯 용의자인 동급생과 친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능숙한 구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폭력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드러난 작품입니다. 저는 원래 청춘소설을 좋아해서 이런 소재의 작품에 약한데, 특히나 마지막 부분 우유 팩 묘사에는 숨이 턱 막혔습니다. (…중략…) 제가 그랬듯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읽는 즐거움’을 체험하셨기를 바라며, 이 멋진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는 소수민족, 보통사람,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등장합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만나고,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작품은 교차 서술을 통해 그들의 행적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원하지 않는 전쟁의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이 작품에 아련한 그늘을 드리우지만 이 작품의 결말이 한없이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작가가 보여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지고, 고향을 빼앗겨도, 면면히 이어지는 생명의 힘. 그리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인간의 굳건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