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족이란 스스로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얄궂은 집단이다. 자신과는 아무 것도 공감할 수 없는 사람조차 부모고 자식이고 형제라 해서 순응하고 용납하고 참아야 한다면, 또 자식 낳은 사이라해서 무조건 죽을 때까지 붙어 살아야 한다면 그처럼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반세기를 살고 난 후 어렴풋이 깨달은 건 사람의 기호며 가치며 기준이란 건 끝없이 변하는데다 사람살이는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새옹지마의 연속인지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시시비비를 날카롭게 규정하고 그것을 맹렬히 비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지난날 우리 어머니들은 철없는 자식이 필요한 모든 실수를 다 저지르고 스스로 철이 들 때까지 배고파하면 밥 주고 추워하면 안아주며 그저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아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