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는 다른 어떤 암흑과 어떤 광채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으로 상상되는 시대. 혹자는 '극복된 과거'로서 경멸하고 혹자는 '닮아야 할 찬란한 과거'로서 찬양하는 시대. 지금 우리에게, 박정희 시대느 그런 시대다. 어떻게 보건 그건 결국 그 시대가 '지금과 다르다'는 동일한 입장의 다른 표현일 테다. 그런데 '팔도강산'에서 느낀 낯익은 감정은 이에 대한 반론을 준비한다. 10년간 박정희 정권을 홍보했던 이 시리즈는 필시 '현재적'이라고 부를 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이 성공한 프로파간다는 지금과도 통하는 어떤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믄 그것이 그 시대가 여전히 지금까지도 작용하게 만드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작은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