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남을 가르치는 일로 30년이 넘었다. 1988년에 부임한 상명대학교에서만도 30년이 가까워온다. 본래 큰 지혜는 없었지만 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 디자인이 무엇이며 그 디자인을 어떻게 가르쳐야 바람직한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며 천직으로 살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의 디자인에 대한 성찰을 담아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외 다수의 디자인 관련 저서를 썼다. 디자인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이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또 디자인을 어떻게 이해해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가급적 수월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최근의 디자인 중시 세태를 지켜보며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을 통해 디자인을 ‘예술과 노동의 결합’으로 격상시키고자 한 존 러스킨과 윌리엄 모리스의 심경을 떠올려본다. 이제 디자인에서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디자인 고유의 방안이 무엇인지 ‘디자인 내부’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