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4년마다 지구에 들끓는 전염병이고, 돌림병이고, 유행병이다. 나에게 골프는 박세리이며, 피겨는 김연아이듯이 축구는 박지성이고 월드컵이다. 월드컵은 하나의 종목으로 한달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누구와 만나 이야기해도 재미있는 소재는 생각만큼 그렇게 흔하지 않다. 공감대가 큰 것이 월드컵 축구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나 또한 월드컵의 열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정치·사회·경제·스포츠······ 모든 부분에서 소외되고 스스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에 익숙한 아줌마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최소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소용돌이는 정리정돈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호감과 호기심을 뻔뻔하고 당당하게 풀어놓고 싶었다.
이 책은 나의 솔직하고 성실한 축구 감상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축구 관람기이다. 남자는 축구를 보고 여자는 축구선수를 본다는 말이 있다. 나는 축구선수를 통해 축구를 보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축구를 통해 나와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내가 알게 된 것에 대한 기록과, 내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백이다.
배움은 질문입니다.
결론과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갑론을박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심원의 중심을 만드는 작은 돌멩이였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가치에 대한 공론이 밥과 집이 되어 우리를 먹여 살리지 못합니다. 또 창과 방패가 되어 우리를 지켜 주지도 못합니다. 책을 덮은 후의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남루하고, 현실은 비루 할 것입니다. 하지만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거대담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가 소소하고 사소하게 우리 삶에서 체감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눈이 내리면 아이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고, 푸른 바람에 해바리기가 몸을 흔들면 같이 바라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울어야 할 일이 있다면 커다란 손수건을 준비하고, 좋은 일이 있다면 같이 함박웃음을 웃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