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운영, 영 스튜디오
이번 이슈는 설립한지 약 3년 이내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프로파일이다. 스몰 스튜디오 영역에 진입한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컨셉트와 디자인 방법론, 활동의 세부를 정리한 것이 이번 이슈의 개요다.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영 스튜디오라는 명칭이 의미하듯, 스몰 스튜디오의 새로운 버전을 소개하고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구체적인 그래픽 디자인 활동과 어떤 함수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함축적 정보를 담아내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 스튜디오라는 속성 때문에 이들 스튜디오는 자기주도적 그래픽 디자인의 가장 신선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학제와의 협업, 독립 출판, 리서치 프로젝트, 저술, 강의, 큐레이팅 등을 통한 그래픽 디자인 실천의 새로운 목록들이다. 다분히 "비판적 디자인"이라고 유형화할 만한 것이지만 이런 범주에 어울리지 않는 유희적이고, 자아 중심적인 기류가 보이기도 한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디자인하는 그래픽 디자인도 영 스튜디오의 특징적 성향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스튜디오 섹션의 프론트 페이지에는 포스터 형식의 그래픽 이미지가 실려있다. GRAPHIC이 스튜디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그래픽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아마도 직관적으로 만들어졌을 이 작업들은 '선언'과는 다른 것이지만 스튜디오 성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흥미로운 감상이 될 듯하다.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 특히 미래의 스튜디오 설립자에게.
'프린팅 저널'을 발간한다. 잡지 속 또 하나의 잡지 형태다. GRAPHIC 이번 이슈의 주제이기도 하고, 독립된 하나의 잡지이기도 하다. 바라기는, 정보 일관성과 개념적인 에디팅을 위해 독자적인 체계를 갖는 또 다른 잡지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쇄 산업 안에서 발간되는 '순수한' 인쇄 잡지와는 달리 우리가 묘사하는 것은 인쇄업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인쇄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좀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인쇄물을 바라보는 인쇄업자와 디자이너의 관점, 인쇄 기법에 접근하는 태도의 같음과 다름을 살펴보고 이들 사이의 새로운 협업 방식을 상상해 보는 일이다.
이번 이슈는 <프린팅 저널>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동시대 인쇄 문화 안에서 널리 알려진 인쇄 기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몇몇 인쇄소를 방문해 그들의 인쇄 작업을 조사했다.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면서 당신의 역대 작업이 어떻게 인쇄 기술과 만나고 있는지 물어봤다. 인쇄 문화의 다양한 관심사를 디자이너 대담 형식을 통해 들어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인쇄에 관한 관점을 자신의 중요한 작업 테마로 삼는 몇몇 디자이너에게 그들의 '인쇄 작업'을 독립적인 페이지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모든 것이 향하는 지점은 한 곳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인쇄업자 양쪽 모두로 하여금, 인쇄 과정의 재인식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좀 더 숙고하도록 돕는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컨트리뷰터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번 이슈를 만들 수 있었다. 인터뷰와 대담에 기꺼이 참여한 인쇄소와 디자이너, 자신의 인쇄 관련 작업을 재구성해 보내 준 디자이너에게 감사한다. 광고라는 형식으로 이 이슈에 기여한 여러 인쇄소에게도 인사를 전한다.
<프린팅 저널> 다음 호를 기대해 달라. 인쇄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번 '워크숍' 이슈에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기대한다. 첫째, 특정 장소에서 소규모 단위로 이뤄진 워크숍을 지면에 옮겨 독자로 하여금 이들 워크숍을 간접 체험케 하는 것이다. 많아 봐야 삼십 명 정도가 참여하는 이런 종류의 워크숍은 참여자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한꺼번에 안겨 준 다음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비교적 최근에 벌어졌던 워크숍을 출판의 방식으로 리바이벌하고자 한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도무지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던 워크숍을 '재현'하여 독자의 수만큼 워크숍 참여자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만의 호흡으로 워크숍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워크숍 과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발전시켜 볼 수 있다. 시공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실제 참여자들이 경험했을 임팩트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이 이슈의 주요한 목표다.
둘째, 워크숍들의 컨셉트를 넓은 시야에서 둘러보면 오늘 그래픽 디자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추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워크숍 진행자와 참여자들이 집단적으로 상상하는 이상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모습을 워크숍이 투영하기 때문이다. 짐작하듯, 공통분모가 있고, 이것을 아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이슈에는 16개 워크숍이 실려 있다. 최근 2년 동안 각지에서 열렸던 워크숍, 누가 보기에도 흥미로운 워크숍 중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워크숍 관계자들의 전폭적이고 조건 없는 지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이 과정에 기꺼이 참여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래픽> 이번 이슈는 책들이 '아름다움'을 겨루는 베스트 북 대회를 다룬다. 널리 알려진 '가장 아름다운 스위스 책' 대회를 포함해 각자 자기 나라의 도서 문화를 반영하는 대회(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와 대표적인 국제 대회인 독일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회, 타이포그래피에 초점을 두는 독특한 성향의 '발터 티만 프라이즈',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책'이라는 도서 선정 행사를 개최한 한국까지 모두 8개 대회 / 행사를 담았다.
대회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선정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이것을 검토함으로써 당대의 도서 디자인의 방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이번 이슈의 출발점이 된다. 이 이슈의 가장 큰 이점이라면 각 대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책'의 기준에 대한 포괄적 개관을 제공하는 점일 것이다.
이번 이슈의 주제를 관통하는 말은, 인터뷰 대상자 모두에게 물었던 질문, "당신에게 아름다운 책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문장이다. 물론 하나의 모범적인 답변보다는 이 막연한 질문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들어 보고자 한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다. 이 질문은 또한 우리 스스로에게, 또한 독자에게 묻는 것이기도 한데, 인터뷰 대상자의 답변을 접수하는 과정 속에서, 또한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도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환기하도록 하는 것이 이 이슈의 목적이라 하겠다.
여기에 실린 모든 텍스트(인터뷰, 심사평, 디자이너 코멘트)도 사실상 이 질문과 고리를 이룬다. 대회 관계자 인터뷰가 대회의 '아름다운 책'을 선정하기 위한 독자적인 문화적 배경을 알려 준다면 책에 대한 심사평은 왜 이 책이 아름다운지를 선언하는 압축적인 미학적 근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디자이너 코멘트는 디자인 과정이 도서 디자인 자체와 동일시되는 최근 추세를 강하게 반영한다.
각 대회 관계자와 디자이너들의 아낌없는 협력에 힘입어 이번 이슈를 발행하게 됐다. 컨트리뷰터 모두에게 진실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포스터는 대량 복제되어 공공장소의 벽에 붙여짐으로써 대중과 소통한다. 전통적으로 가치와 의견을 전달하는 강력한 전달 매체였으나 오늘날 포스터는 대부분 광고(advertisements)와 판촉(sales promotion), 이벤트 홍보를 위한 매체로 그 기능이 축소됐다. 거리의 게시판과 건물 외벽, 빌보드와 로드사인을 덮고 있는 포스터 속에서 어떤 의미로든 사회적 발언을 담은 포스터를 발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리액션으로 우리는 포스터의 사회적 기능을 환기하고자 한다.
GRAPHIC은 22명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사회적 어젠다를 표현하는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했다.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당신이 이제 보는 것은 특정 사회적 이슈부터 디자이너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모토까지 다양한 신념이 담긴 포스터들이다. 초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중과 공유하고 싶은 가치를 강력하게 담은 메시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포스터를 모두 약 10만부 인쇄한다. 잡지 포맷으로 발행하는 것 외에 포스터는 전시장, 거리의 벽, 가게와 서점의 유리창에 붙여질 것이다. 당신이 독자라면 마음에 드는 한 장을 작업실 벽에 붙이길 바란다. 친구에게 선물하길 바란다. 이런 물리적인 행위가 포스터의 사회적 기능을 더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중동, 유럽, 미국, 일본, 모든 곳이 뜨거웠다. 우리에겐 더 많은 포스터가 필요하다. - 편집자의 말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한복판, 1976년에 창간한 월간 <디자인>이 35년간 발행한 400회의 이슈를 한 권의 <GRAPHIC>으로 담는다.
그러므로 이번 이슈 <GRAPHIC>은 1976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이 35년 동안 쉼 없이 기록해 온 한국 디자인 현장에 대한 압축적인 보고서라 할 만하다. 또한, 이것은 월간 <디자인>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늘은 정보, 내일은 역사. 가장 새로운 것을 찾아 빠른 호흡으로 최신호에 담아내는 잡지라는 미디어의 기록성을 일컫는 말이다. <GRAPHIC>이 다룬 월간 <디자인> 35년을 묘사하는 어휘로 이보다 적당한 말이 있을까 싶다. 여기 나오는 모든 글과 사진, 디자이너의 작업은 당시엔 정보였으나 이젠 역사가 된 것들이다. 역사라는 말이 좀 거창하다면 기억 혹은 오래된 사실쯤이라고 해 두자.
단순히 추억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한국 디자인의 어제의 과제는 오늘과 겹치고, 디자이너의 고민은 늘 여전하다. 그 시대에는 모호했으나 이제는 무엇이 낡은 것이었고 무엇이 새로운 것이었는지, 당대 개혁가들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면면히 이어져 온 시간의 흐름 속에 크고 작은 의미들이 반짝인다.
한국 디자인 산업의 대표적인 인물들과 월간 <디자인>이 생산한 주요 텍스트를 스크랩북처럼 엮어 놓았다. 그때의 시간 속으로 뛰어들어 어떤 이의 견해에 동의하거나, 때로는 비판적으로 읽는 과정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디자인 실천에 어떤 식으로든 자극이 되길 바란다. 결국, 역사로부터의 통찰이다.
월간 <디자인> 지령 400호 속에는 이 잡지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가없는 노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번 이슈 <GRAPHIC>은 사실상 이들이 만든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물(오브젝트)는 무엇입니까?
참 막연한 질문이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2005년 3월초 발행된 <롤링스톤> 잡지를 떠올릴 것 같다. 바로 2주전 권총 자살한 미국인 저널리스트 헌터 S. 톰슨의 추모 특집호였다. 젊은 시절 톰슨의 흑백 사진이 표지에 박힌 <롤링스톤> 이슈는 지금도 <GRAPHIC> 사무실 책꽂이 어느 구석에 꽂혀 있다.
조니 뎁이라는 유명 배우가 주연한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의 원작자로 알려진 헌터 S. 톰슨은 미국 현대 저널리즘사에 참여적 저널리즘과 주관적 글쓰기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의 저널리즘 방식을 일컫는 이름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은 위키피디아를 인용하면 ‘기자가 사건 속으로 들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감정을 강박적으로 표출하는 글쓰기로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는 탐사 보도’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미국 정치를 시궁창으로 몰고 가는 보수 권력자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가차없는 비난을 <롤링스톤>을 통해 쏟아냈다. <허영의 불꽃>의 작가 톰 울프는 이에 대해 “헌터 S. 톰슨은 거친 창작의 힘과 젊은 문명의 기이한 충만함에서 영감을 얻은 더욱 거친 수사학이 조합된, 저널리즘과 개인적 회고록의 형태로 글을 썼다. 톰슨 자신이 말한 ‘곤조’ 외에는 이런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담아낼 범주는 없다”라로 말했다.
헌터 S. 톰슨이 내게 영감을 주는 것은 그의 우상파괴 본능, 권력 이면의 부조리에 대한 태산같은 혐오, 불편부당이란 신화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직관적 글쓰기 같은 것에 공명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GRAPHIC>을 시작하기 전 다른 잡지를 만들 때, 판에 박힌 일상 속에서도 그 바닥 권력의 허위를 어떻게 들이 받을지 궁리할 때만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나는 수첩 한 켠에 곤조를 상징하는 일러스트레이션?페요테 선인장을 움켜진 주먹?캐릭터를 그려 넣곤 했는데 한 때 어깨 죽지 어딘가에 문신으로 새길까 고민하며 타투 스튜디오를 찾아 웹서핑을 꽤 열심히 하기도 했다. 내게 영감의 오브젝트가 있다면 ‘곤조 주먹’(Gonzo Fist)이라 불리는 바로 그 캐릭터, 대체로 젊잖은 <GRAPHIC>과 결이 완전히 다른 저널리즘을 여전히 공상케 하는 그것이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오브젝트는 무엇입니까?
누구에게나 내면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오브젝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디자인 영역의 작업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디자이너, 평론가, 교육자, 편집자 등 모두 45명이 답한 오브젝트를 모아 이 이슈를 발행한다.
동시대 디자인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유추할 수 있는 텍스트로 읽히길 바래본다. 곤혹스런 질문, 기꺼이 응답해준 여러분께 감사한다.
그래픽 디자인의 최종 산물은 결국 인쇄물이다.
하나의 인쇄물에는 디자이너가 생각한 컨셉을 비롯해 레이아웃과 색채, 종이 질감과 두께와 같은, 인쇄물의 모든 물리적인 요소에 대한 디자이너의 태도와 판단이 들어 있다.
데이터가 오브젝트로 이행하는 과정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너무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제작 디테일은 그것을 창조적으로 응용하려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고, 최소한 제작상의 판단이 크고 작은 디자인 결정을 보강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 과정에 대한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이슈에서 <GRAPHIC>은 그래픽 디자인의 중요한 협업 파트너인 4곳 인쇄 회사와 1곳의 인쇄 용지 관련사를 방문해 인쇄물 제작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들어 봤다. 그리고 여러 스튜디오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각기 참여한 40개 인쇄물 프로젝트를 ‘인쇄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섹션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4명의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의뢰한 ‘인쇄에 관한’ 커미션 프로젝트를 실었다.
이번 이슈가 그래픽 디자인의 제작 과정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인쇄 제작의 조건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