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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강명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2년 10월 <잔치국수·분천·어린 농부>

65세

자연의 순환을 느낍니다. 먹던 밥도 이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닙니다. 닭이 먹고 새가 먹습니다. 그들이 먹고 배설한 것을 풀이 먹고 그렇게 자란 풀을 내가 뜯어 먹습니다. 배추 뿌리조차 버려지지 않고 두엄더미에서 퇴비로 만들어집니다. 도회에서 산다는 것은 온통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먹고 살아갑니다.

서른 개의 노을

일 년 사 개월 만에 묶는 소설집이다. 물론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이 다 이 기간에 쓰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소설집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누락된 소설들과 그간 쓴 것들을 모은 것이다.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불편함이다.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소설은 픽션이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소재는 주변에서 얻어왔지만 작가가 상상하여 이야기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혹 주변인의 모습이 보이더라도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소설 쓰기가 두렵다. 배우가 몸으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나는 글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 캐릭터도 결국은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품가치도 없는 소설을 생산해 내는 그 어떤 행위보다도 소설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산고의 고통만큼 힘들지만 그만큼 큰 기쁨을 준다. 사랑하는 아들 집 앞에서 얼어 죽는 「동행」 속의 노인처럼 소설을 짝사랑하다가 그 문짝 앞에서 얼어 죽는다 해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작가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입니다. 맘 놓고 상상하세요. 아무도 의식하지 말고, 어떤 주의주장에도 구애받지 말고, 무슨 윤리의식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살고 있는 듯이 그렇게 자유롭게 상상한 인간들의 얘기들을 쓰세요.” 내가 등단했을 때 스승이신 소설가 김승옥 선생님께서 메일로 격려해주신 말씀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큰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김포 벌판에서 나고 자라는 질경이처럼 강인한 삶을 사셨던 아버지께 이 소설집을 바친다. 내 소설 속에 가끔 나타나 방향을 가르쳐주시던 아버지는 꼭 십 년 전 이맘때 저 세상으로 가셨다. 아버지! 해가 갈수록 당신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어찌된 연유인지요? 비록 당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무명의 소설가지만 당신께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꼭 그러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잔치국수·분천·어린 농부

독일에 열흘 머물 기회가 있었다. 독일에는 꽃다운 나이에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노인이 되어 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것을 지키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내게는 큰 충격인 동시에 감동이었다.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한사람 한 사람이 다 개인사 이전에 한국의 역사였다. 귀국해 이들의 삶을 <잔치국수>로 형상화해 보았다. 이 작품은 독일 휴양도시 네테탈에 거주하고 있는, 부안이 고향인 정자님의 도움을 받아서 썼다. 비록 내가 썼다지만 정자님이 거의 다 써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다 주신 정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또 감사드린다. 작년에 시골집 하나를 빌려 이곳 분천으로 귀향했다. 공부하기 위해 도시로 흘러들어온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나서 다시 시골로 내려오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농사는 그 자연현상을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 식물의 세계는 작은 인간 세계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며 인간은 그들에게서 순환과 순응을 배운다. 그리하여 자연 한가운데서 우리는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저들은 태어나서 사위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인간의 스승이다. 오래 전부터 농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린 농부>는 우리 집안의 치부일 수도 있고 원동력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중학교 때 공부하는 내 곁에 앉아서 나에게만 해 준 이야기를 나 혼자 끌어안고 있을 수가 없어 <어린 농부>로 풀어놨다. 아마도 지하에 계신 할아버지도 당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밭고랑에서 나서 자란 내 유년의 이야기로부터 지금 현재의 삶까지 다 들어있다.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네 번째 책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초창기의 설레던 시간이 지나고, 지금 나는 네 번째 자식 같은 내 소설집을 세상에 내 보낸다.

히말라야바위취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을 때 나는 어느 산간마을에서 히말라야바위취를 보았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다른 화초와는 달리 돌을 쌓아놓은 축대 틈에서 자라고 있었다. 히말라야바위취는 시베리아가 원산지며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추위에 강한 식물이다. 따뜻한 온도와 기름진 땅에서는 이파리만 무성할 뿐 꽃을 피우지 못한다. 배추이파리같이 밋밋한 화초에서 분홍색 나비가 떼지어 앉은 모양의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것이 신기했다. 우연인지 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 히말라야바위취를 닮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남루하고 고달픈 삶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들을 구원하는 것은 아주 작고 진실한 사랑이다. 그들에게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된다. 내게 소설은 견딤이다. 삶이 견디기 힘들 때마다 글을 썼다. 이 소설들은 책 장사를 할 때 손님이 들어오면 일어나 책을 팔고 손님이 가면 다시 앉아 쓴 글이고, 고관절이 부러져 누워 계신, 거기다가 치매까지 온 어머니 곁에 앉아 쓴 글이고, 손자를 돌보며 밤이면 컴퓨터에 앉아 쓴 글이다. 이렇게 쓰인 이 소설들은 내게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였고, 때론 세상과의 소통이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었고,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다.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아픔이 글자로 토해져 나와 이렇게 한권의 소설집이 되었다. 하나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나는 자식을 낳는 것 같은 고통과 환희를 맛보았다. 지금 그 자식들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내 소설을 세상에 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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