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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어린이/유아
해외저자 > 사진/그림

이름:사카베 히토미 (坂部仁美)

성별:여성

출생:1983년, 일본 도쿄

최근작
2023년 4월 <요요요 샘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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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heetome

외갓집은 정말 좋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그곳, 친정집 친정집은 나고야 공항에서 배를 타고 40여 분을 더 가야 하는 곳에 있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과 창밖을 바라보며 바다를 건너간다. 항구에 도착하면 선착장에서 기다리던 아빠가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아 주신다.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에게 안긴다.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 발을 딛는 순간,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 냄새가 난다. 그러면 속으로 생각한다. ‘이제, 집에 왔구나.’ (…) 나는 바닷가에 있는 친정집이 참 좋다.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면 고향이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큰 도시면 좋겠지만, 그래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나의 친정 미에현[三重?]이 좋다. 고향 집은 내 마음의 휴식처이자 육체의 안식처다. 공간과 기억은 강하게 얽혀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집에서 먹는 것과 한국에 가져와서 먹는 것은 맛이 다르다. 평소에 같은 문화를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 서운함은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이라는 것이 따로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향 집에서는 나를 증명할 필요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있을 뿐이다. 마당에 인접한 복도에 떨어지는 햇빛을 속에 그냥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이 허락되는 곳. 고향에서는 초등학교 시절 내가 느꼈던 바닷바람이 지금도 불고 있다. 집에만 가면 그 시절 내가 했던 생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새록새록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군데군데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게 변한 것이 없어서, 고향 집에만 가면 마치 옛날 그때로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것 같다. 우리 집 내 책상에는 초등학교 때 쓰던 그때 그 시절의 물건들이 거의 그대로 놓여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여유가 없어서 고향 집에 가도 내 책상 앞에 앉을 시간이 많이 없어졌지만, 간혹 2층 방으로 올라가서 책상 서랍을 열어 보기도 한다. 서랍 속에서는 추억을 동반한 수많은 물건들이 고개를 든다. 물건 수만큼의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물건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이란 참 묘하다. 학부 시절 서양화과 졸업 작품은 고향집 책상 서랍 속 물건들을 테마로 했다. 어릴 적 쓰던 물건을 진공 상태로 보존한 채 고스란히 넣고 다니다가 자신이 사는 공간에 그 물건들을 다시 진열하는 것으로 ‘자기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설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렇게 원래 놓여 있는 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물건들은 내가 고향집 내 책상에서 그 물건들을 마주하는 것과는 감흥이 전혀 다르다. J도 외갓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지짱, 오바짱이 있는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침에 오지짱과 바다 산책하는 것도 좋고, 낮에 오바짱과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것도 좋고, 엄마랑 걸어서 근처 공원에 가서 노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에서 <호빵맨>이 일본말로 나오는 것도 좋고, 아침에 버터 바른 토스트를 먹는 것이 좋단다. 매일 저녁 탕에 물을 받아서 오바짱이랑 같이 목욕하는 것도 좋다. 겨울에는 두꺼운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잠자는 것이 좋고, 여름에는 마당에 풀장을 꺼내서 밀짚모자를 쓰고 물놀이 하는 것이 좋고, 나비나 잠자리를 잡는 것도 좋다. 낮 동안 실컷 놀아서 일본 집에만 가면 일찍 잠드는 착한 어린이가 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몇몇 분들이 우리 고향집 위치가 지진 해일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권한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이사를 가시라고 권하는 것이 맞겠지. 그런데 나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 고향집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 웃는돌고래,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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