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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엄상익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4년, 대한민국 경기도 평택

최근작
2024년 5월 <엉뚱생뚱 엄 변호사의 너무나 인간적인 변호일기>

겨자씨 자라 큰 나무 되매

나이 마흔이 되면서 인생의 궤도를 약간 수정했다. 그리고 나만이 볼 수 있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을 글로 그리기 시작했다. 내 삶의 초상화를 스케치하고 힘겨운 인생살이를 그리고자 노력했다. ...무턱대고 보고 느낀 나의 삶을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통나무같이 써댔다. 글은 머리와 기교로만 쓰는 게 아니라 고통을 마주하고 거기서 흔들리는 마음의 물결을 느껴야 써지는 것이라는 걸 요즘 조금씩 알아간다.

신창원, 907일의 고백

발표된 수사 결과와 진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정보를 독점한 수사기관 측은 일방적으로 미확정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변호사에게는 접견도 항변의 여지조차 없었다. 인민재판식 여론재판이 끝났다. 어떤 택시 기사는 드디어 그를 사형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호했다. 변호사로서 한 마디 반론을 하기 위한 손바닥만한 지면조차 단호히 거부되었다. 오히려 돌아온 것은 공명심에 들뜬 변호사가 범죄를 미화하려 한다는 매도와 비난이었다.

엄상익의 변론 문학 2 : 이카루스의 날개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전혀 모르는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사나이였다. 날카로운 콧날은 닿으면 피가 날 것 같았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봉황 같은 눈은 혼자 세상과 싸우는 듯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언론은 그를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다. 감옥에 있는 그를 만났다. 그는 돈에 목마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져본 학원재벌이었다. 그는 대학입시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명강사 출신이었다. 교육열이라는 시대조류를 타고 그는 이미 부자가 되어본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싫증이 나면 다른 장난감을 요구하듯이 그는 다른 걸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왕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려면 백성이 있어야 했다. 그는 ‘소비가 소득이 되는 세상’이란 깃발을 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성안에 있는 백성들에게는 중간상인들이 가져갔던 이윤을 되돌려 준다는 이론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그의 성으로 몰려들고 그는 우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세를 약속한 예수보다 현세에서 부자가 되게 해 줄 것 같은 그를 더 따랐다. 그를 추종하는 수십만 명을 보면서 그의 꿈이 팽창했다. 부를 약속하면 나라도 인수할 것 같았다. 이십억 정도 주면 국회의원 한 명을 살 수 있다. 이미 그의 재력은 당 하나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미 그의 개인재산은 일조를 넘어섰고 그의 백성도 삼십만 명에 육박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인수할 수 있다는 꿈이 부풀었다. 그의 백성도 꿈에 가득 부풀었다. 왕인 그가 곧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이 약속했다. 그건 꿈이 아니라 턱없이 팽창하는 욕심이었다. 그들의 욕심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왕의 자리가 눈앞에 보이는 그는 허황한 욕심으로 가득 찬 백성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야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창고가 비어갔다. 빈 창고를 채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성벽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그의 백성들이 그를 십자가에 매달아 달라고 시위에 나섰다. 수십만에 관련된 일은 이미 사건이 아니라 정치였다. 항상 군중은 선이고 피해자여야 했다. 거리정치가 정의인 나라였다. 욕심을 만족시키지 못해 떠드는 인간들의 소음이 여론이 되고 수사 관료들이나 법원은 그 비위를 맞추는 비겁한 모습이었다. 그는 법의 제단 위에 오른 번제물이 됐다. 여생을 어두운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재판장은 그에게 “이카루스의 날개를 아십니까?”라고 했다. 약한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너무 높이 올랐다는 뜻이었다. 재판장은 또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기와 법에서 말하는 사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판결 이유를 말했다. 사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소리였다. 주심 판사는 중형선고를 할 사안이 아니었는데 시대적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후일 내게 고백하기도 했다. 학연, 지연의 촘촘한 망이 허공을 덮고 있고 그 위에 현대판 엘리트 귀족이 지배하는 이 사회는 개천에서 기어올라 비상하려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나는 끝없는 허황된 욕심과 욕심 그리고 야망의 충돌하는 이 시대의 단면을 보았다.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노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반면교사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 서문

욕심그릇이 작을수록 자유롭다

이번에 펴내는 책은, 법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슴아프고, 슬프고, 안타까운 삶의 기록들이다.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그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로는 그들보다 더 분노하는 필자의 글을 통해 세상살이의 참모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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