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 한 평, 방 한 칸도 없이 사신 선교사님의 삶은 한국 교회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일을 위해 그는 인생을 바쳐 커다란 그물을 치셨고, 그 그물에 걸려든 많은 ‘물고기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 물고기들 중 하나가 바로 나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일차적인 관심은 어떻게 내가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오늘 우리 시대에는 대단히 훌륭한 그리스도인보다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교회에는 총회장도, 목회자도, 박사도, 교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앙의 기본에 충실한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건하면서도 우울하지 않고, 순수하면서도 무기력하지 않으며 믿음으로 행하면서도 합리적이고, 계획적이며 규모 있게 행하고, 믿음의 그릇은 크지만 인간적인 야심은 없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을까.
필자는 사람들이 필자를 두고 젊은지구론에서 오랜지구론으로 전향하였다고 말하는 것에 부담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신앙을 바꿀 때는 전향이라는 말이 적절하겠지만, 지구 연대에 대한 견해를 바꿀 때는 전향이라는 말보다는 ‘계몽’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지구의 창조연대와 관련한 과학적 데이터나 성경해석에서 경직된 자세로부터 벗어나 열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지구나 우주의 연대는 믿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연구하고 이해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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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에서는 지구가 불과 6천 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젊은지구론의 증거들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살펴봅니다. 젊은지구론의 증거로 제시되는 여러 증거들은 크게 방사성 연대측정법이 출현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제1강에서는 고대인들과 여러 종교들에서 추정한 지구와 우주의 연대에 더하여 초대교회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교회 지도자들이 추정한 지구 연대와 창조연대논쟁을 소개하였습니다. 이어 제2강에서는 지사학의 기본 원리에 기초한 지구 연대로부터 지구의 냉각속도에 기초한 연대측정 등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우주의 창조연대에 대해서는 본 시리즈 5권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에서 다루었으므로 본서에서는 지구연대논쟁에만 초점을 맞추어 젊은지구론과 오랜지구론의 핵심적인 주장을 소개?비교하였습니다.
이어 제3강부터 제5강까지는 창조연대논쟁의 핵심인 방사성 연대측정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절대연대측정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그래서 젊은지구론자들이 가장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에 관한 논의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습니다. 탄소 연대측정을 다룬 제5강은 생물의 연대를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암석 연대측정에 사용되는 우라늄-납,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 등에 비해 한 세대 뒤에 시작되었지만, 탄소 연대측정은 지질학은 물론 고고학, 고생물학, 지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탄소 연대측정이 그런 신뢰를 받게 된 배경과 더불어 탄소의 연대에 관한 비판을 다루었습니다.
부록에는 오래 전 필자가 미국 위스콘신 대학 과학사학과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 기초하여 「미국과학협회 학회지」(Journal of American Scientific Affiliation)에 게재한 논문을 다듬어서 실었습니다. 원래 영어로 쓴 논문인데, 이번에 한글로 번역하면서 약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탄소 연대의 원리와 역사, 그리고 1950년대 미국 복음주의 진영이 왜 탄소 연대 문제로 인해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소개하였습니다. 비록 오래 전에 쓴 논문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창조연대논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첨부하였습니다.
연대 문제와 관련해서 주의해서 봐야할 곳은 제6강입니다. 여기서는 미국 창조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젊은 지구연대 프로젝트인 RATE 프로젝트를 살펴봅니다. 어떤 의미에서 젊은지구론자들이 수행한 연구들 중 가장 많은 연구비(125만 달러)가 투입된 L. Vardiman, A.A. Snelling and E.F. Chaffin, editors, “Radioisotopes and the Age of the Earth”, Volume II: Results of a Young-Earth Creationist Research Initiative, El Cajon, CA: 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 and Chino Valley, AZ: The Creation Research Society, 2005, 4-5.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소개하고, 젊은지구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왜 틀렸는지를 비판하였습니다. 제7-8강에서는 오랫동안 젊은지구론자들이 젊은 지구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비판하였고, 제9강에서는 오랜 지구의 증거들을 제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10강에서는 오랜지구론자들과 젊은지구론자들의 날카로운 대립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서로 대화하며, 하나님의 섭리와 피조세계의 이해를 증진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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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국내에는 창조연대논쟁을 제대로 다룬 책이 없었습니다. 외국 저자들의 책들도 젊은 연대나 오랜 연대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 내지 비판을 담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지, 양쪽의 주장을 제대로 소개하는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본서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젊은지구론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젊은지구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를 자세히 소개하고, 왜 그 주장들이 바르지 않는지를 비판합니다. 부족하지만 본서가 연대논쟁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본서가 창조-진화 논쟁, 그 중에서도 논쟁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창조연대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건강한 창조론 논의의 지렛목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서는 필자가 출간한 창조론 관련 서적들 중에서 집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한 책입니다. 그만큼 본서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긴 세월 동안 마음에 큰 짐으로 남아있던 창조연대논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