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는
영이였다가 라스였다가 영이의 엄마였다.
그러다 어느 틈엔가 나는,
영이가 만난 라스였고 라스가 만들어낸 류였고 류가 만들어낸 다른 류가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그들의 바깥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이 옮겨 다녔던 라스의 세계와 영이의 세상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나는,
보았다. 마지막 문장 앞에 서서
돌아가지도 뛰어내리지도 못하는 나를.
내가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사이
그 좁은 시간의 문에 입을 가져다 대고
나에게 묻는다.
사라지는 것들을 멈출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까.
내 물음에 대한 답을
다음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길
그 시간이 그리 멀지 않길
그렇게 다시 나는
처음이 되길
바란다.
2018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