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풀먹인 하얀 이불홑청이
마당 가운데서 나부끼던 날
그날이 봄이었나
가을이었나?
맑은 햇살아래
땅에 닿을 듯 말 뜻한 이불 홑청
바지랑대 곧게 세우고
펄럭이는 그림자 사이로
부엌과 마당을 오가던 어머니
해가지고 있다
괭이자루 지팡이처럼 괴고
내 텃밭 밭두둑에 앉아
한참을
그날이 봄이었나?
가을이었나?
밭이랑 너머
저 너머
바지랑대 나무 한 그루
가지에 걸린 태양을
치켜세운다
그날의 어머니처럼.
내 시 <쉼>처럼 먼 훗날 나는 어느 해지는 들녘에 앉아 또다시 그날이 봄이었나? 가을이었나? 하고 중얼거릴 것이다. 지금보다 더 흐릿해진 기억으로……. 들녘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평화롭다. 평화롭고 싶다!
포기하려 했던 수필집이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어쩌면 마지막 수필집이 될지도 모르는 수필집. 촉박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나오게끔 해주신 월간《시와 표현》발행자이신 시인 박무웅 선생님과 편집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6년 11월 몹시 추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