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출간하고 벌써 10년이 흘렀다. 세월의 먼지에 묻혀 사라져야 할 책을 재출간한다는 것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개정판을 내기 위해 원고를 다시 읽어보면서 10년 전 책에서 다루었던 주제가 여전히 오늘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과거보다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마녀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마녀의 모습은 더 다양한 형상으로 계속 해서 출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녀 프레임”을 다시 숙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애초에 다루고자 했던 문제는 마녀 자체라기보다 그 마녀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내는 프레임이었다. 마녀는 고대 신화나 종교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존재였고, 어떤 의미에서 마녀의 역할은 인류 역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유산이기도 했다. 이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마녀가 갑자기 악마와 거래하는 은밀한 쾌락의 상징으로 바뀐 것은 분명 상징적인 사건이다.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마녀는 미개한 계몽 이전의 믿음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근대의 등장과 함께 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관통하는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