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이나 상수의 이름 앞에 형용사로만 남은 과학자를 이 땅 위에 살았던 같은 인간으로서 만나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이 그려 낸 맥스웰은 사진이나 초상화 속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의 고리타분한 신사가 아닌, 호기심 많고 유머러스하며 새로운 현상에 눈을 반짝이던 유쾌하고 젊은 신사다. … 반가웠던 건 맥스웰뿐만이 아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말없이 문만 여닫던 맥스웰의 악마는 드디어 이 책에서 목소리를 얻고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다가 속절없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악마는 맥스웰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통찰에 의해 여전히 명맥을 이어 가고 있었다. 악마의 끈질긴 생명력과 존재감도 놀라웠지만, 언뜻 단순해 보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이렇게 확장되어 물리학의 근본을 파고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 인류에겐 맥스웰의 악마도 그의 방정식만큼이나 소중한 유산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까칠한 성격은 어쩌면 그리도 매력적인지!)
작가는 이 두툼한 이야기 안에서 과장되지 않은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희망을 말한다. 아기는 우리 생각보다 강한 존재이며 그 아기를 지키는 것이 혼자에게만 지워진 책무는 아니라는 것을. 그런 희망과 위안이 독자 여러분께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북유럽 설화 속 괴물들이 살아 숨 쉬는 뉴욕시를 생생하게 경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