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즐거운 소설을 쓰려고 유의하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살인사건이 주류이고, 살인 동기는 쓰면 쓸수록 어두워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것이 딜레마입니다만 이 작품을 읽으실 때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증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모 탄산 음료수처럼 개운하고 상쾌한 미스터리입니다.
이른바 사회파적 고발이라든가 인간의 진실을 파헤친다든가, 그런 데에는 기본적으로 흥미가 없지만, 소설에 인간이 나오고 범죄를 그리는 이상, 아무래도 사상이나 윤리관 같은 것이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가운데 목소리 높일 생각이 없었는데 쓰다보니까 무슨 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무언가가 A로 보였는데 사실은 B였다, 라는 식으로 놀라게 만드는 구조는 어느 사이엔가 그것 자체가 테마인 것처럼 읽히고 말죠. 쓰는 쪽은 그럴 맘이 없었는데, 어쩌면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엔터네인먼트를 쓸 생각으로, 문학이니 인간의 진실이니 하는 것을 지향하지는 않습니다만, 우연한 순간에 어떤 진실을 찌르는 경우도 있겠고, 그것이 정말 내 안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