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에, 나는 대학을 다니는 6년 동안 열병을 앓듯 쓴 시들을 엮어 이 책과 똑같은 제목으로 시집을 낸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시집은 어른을 위한 책이어서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힐 기회를 잃고 말았지요. 그 책을 낸 이후에 쓴 시들을 좀더 보태어 마침내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으로 이 시들을 다시 펴내게 되어 참 기쁩니다.
요즈음 어디를 가든 누구나 손에 하나씩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길을 가면서도, 집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이나 엠피스리나 리모컨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지요. 어느 땐 그런 기기들이 손에 딱 붙어 버려서 영영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새롭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기기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마음을 점점 빼앗기고, 거기에 매여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지요. 밤새 잠을 푹 자는 것처럼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또 다른 일들도 많은데 말이에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이 책을 읽으면 ‘그래, 이제 그만!’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른들에게 얼른 달려가 호소를 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상황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때로는 좌절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그만하길 다행이야.” 라는 말을 해 주곤 합니다. 또 아이들은 어른들끼리의 대화를 무심코 듣다가 “그만하길 다행이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자주 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고 해도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대화를 나눈 끝에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긍정과 위로의 말로 마무리를 하곤 하지요. 이 그림책은 아주 작은 일에도 잘 놀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에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큰 불행과 고난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비결을 넌지시 알려 줍니다. 바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중요한 ‘긍정의 힘’ 말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누구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나’라는 인식을 한 순간이 있었겠지요. 그 기억을 또렷이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때로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 여겨지는 것은 아마 그 후로도 우리가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하마처럼 우리가 타인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곰곰이 돌이켜 보는 시간도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이나 많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타인들과 더불어 말하고, 행동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며 평생을 살아갑니다. 이제 막 ‘나’라는 말을 자주 쓰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자아정체성’이 생기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며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공유해 보세요. 그리고 그 해답을 찾는 연습을 찬찬히 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그림책은 ‘개’라는 낱말 하나로 시작됩니다. 그 다음엔 두 낱말, 네 낱말로 점차 늘어나면서 조금씩 호흡이 길어지고 이야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지요. 아이들은 말과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에 매료되어 보통 그림책 두께의 두 배나 되는 책장을 금세 다 넘겨 버립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저절로 터득하게 되지요.
이 그림책은 얼마 전 미국에서 50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기 때 보던 그림책을 엄마, 아빠가 보고, 이젠 손자들까지 3대째 대물림하여 보게 된 것이지요. 처음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 주다가, 그 다음엔 함께 소리 내어 읽다가, 그 다음엔 아이 혼자 읽다가, 또 그 다음엔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읽어 주는 즐겁고 행복한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 옮긴이의 말
<크는이에게 주는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6년 전에 펴낸 바 있는 책을 이번에 다시 펴내면서 제목을 새로하느라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욕심 때문이었지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엄마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던 배꼽에서 할아버지 이마의 주름살까지, 우리 몸과 마음과 삶의 이야기를 모두 한데 담고 싶었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크레용 속에 ‘살색’이 들어 있었지요. 이젠 ‘살구색’이라 불리는 이 색깔은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의 피부색과 비슷하여 ‘살색’이라 불렸어요. 그래서 그보다 좀 검거나 다른 피부색을 한 사람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하던 우리나라도 이젠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되어, 이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레나가 겉모습이 서로 다른 이웃과 친구들의 빛깔에서 다양한 맛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이 풍부한 감성과 활짝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쑥쑥 ‘마음의 키’가 먼저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은 키가 쑥쑥 커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이 그림책에 나오는 샘처럼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키가 한 뼘 더 자란다고 믿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 같지만, 실은 빨리 자라고 싶어하는 아이들 마음이 가장 큰 밑거름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 주는 어른들의 보살핌도 큰 몫을 하겠지요. 샘이 할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작은 의자가 단숨에 샘의 키를 훌쩍 키워 준 것처럼 말이에요. 몸의 키보다 마음의 키가 늘 먼저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며 성장의 기쁨과 설렘을 한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글씨 쓰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기쁨을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요. 글씨 쓰는 법을 배우자마자 실수로 틀린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는 법도 더불어 익혔지요. 실수를 할 때마다 때로는 화가 나고 안타깝다가도 지우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습니다. 연필 끝에 달린 부엉이ㆍ악어ㆍ돼지 모양의 지우개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하다가 실수 끝에 예기치 않은 모험을 하게 되는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실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알려줍니다. 다시 바로잡을 의지만 충분하다면 실수해도 괜찮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아이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심어 줄 것입니다.
“처음으로 나 혼자 책을 읽었어요!”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 내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 엄마와 아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아이가 수시로 들고 와서 몇 번이고 자꾸 읽어 달라고 하는 책, 그래서 가끔은 귀찮다고 여겨지는 그 책이 바로 아이 혼자 힘으로 책을 읽게 되는 경이로운 세계를 열어 주지요. 이 그림책은 간결한 문장이 반복되면서 읽는 재미를 주고 마지막엔 짜릿한 반전과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아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며 몇 안 되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차례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타고르가 들려주는 시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져 주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이 시들은 소리 내어 읽으면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요. 꿈과 사랑과 ‘작은 영웅’의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들은 때로는 정겹고 아기자기하며 때로는 신비롭고 마냥 즐겁기도 합니다. 시인 타고르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밤마다 잠자리에 든 아이들 머리맡에서 이 시들을 낭송해 주세요. 그리고 신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아이가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이 시들을 다시 읊조리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한두 가지쯤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밤에 이불에 오줌 싸기’나 ‘손가락 빨기’와 같이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버릇이 있곤 하지요. 하지만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지적 받으며 자꾸 의식하다 보면 아이들은 심정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며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많지요.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가 재채기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되면서 한바탕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합니다. 다소 호들갑스러운 동물들의 엉뚱한 말과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다 보면, 아이들은 무언가에 오래 억눌려 있던 마음이 한순간 저절로 확 풀어질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일까? 이 그림책을 처음 펼쳐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나만 책을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책 속의 주인공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몰라 이리저리 모험을 하다가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낸 주인공을 보고서, 그러면 내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멋진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한동안 위를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 습관은 금세 없어졌지요. 누가 보든 말든 나는 멋진 이야기가 될 만한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 되니까요!
마음을 잡아끌고 뒤흔드는 마력을 지닌 이야기
넓고 넓은 이 세상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맨 처음에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들의 귀로 전달되고, 또 입에서 입으로 자꾸 전해집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 사람의 호기심을 끌어 귀를 바짝 세우게 하고, 다 듣고 난 다음에도 마음을 출렁거리게 하는 힘이 있는 이야기만이 자꾸자꾸 전해져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게 됩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칠팔백 년 전부터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였고, 1888년에 뛰어난 예술가인 로버트 브라우닝과 케이트 그리너웨이가 함께 그림책으로 만들었는데, 아직도 우리가 즐겨 읽고, 듣고, 보는 책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몇 년 전에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아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쥐 때문에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 ‘피리 부는 사나이’와의 약속을 쉽게 저버린 하멜른 사람들의 비극적인 전설엔 아주 명쾌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엔 누구나 알 수 있는 교훈 말고도 무언가 우리 마음을 강하게 잡아끌고 뒤흔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 이야기를 살아남게 할 그 마력은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