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동산≫ 은 1948년에 발행되었지만 책 한 권이 온전히 국문으로 번역되진 않고 이따금 몇몇 작품만이 여기저기에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워낙 오래 전에 발행된 책이라 아주 희귀한 나머지 경매에 입찰되어 팔린다고 하니 그토록 희귀한 책이 지금에서야 빛을 보게 되어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겨진다.
≪진달래 동산≫의 머리말을 썼던 플로렐에 의하면 풍요로운 한국 문화를 서방세계에 알리는 책이 드문 그 당시에 변영로의 ≪진달래 동산≫은 한국 문화를 영어권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변영로의 둘째 형 변영태(당시 외무부 장관, 국무총리)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Songs from Korea≫, ≪외교여록 外交餘錄≫·≪논어영역 論語英譯≫및 ≪My Attitude toward Ancestor Worship≫·≪Tales from Korea≫·≪Korea My Country≫ 를 영어로 써서 외국에 알린 의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특히 ≪진달래 동산≫에는 변영태의 작품이 다른 작가에 비해 유독 많이 수록 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진달래 동산≫의 구성은 시대도 시대이니만큼 맨 처음 소개된 작품이 영어로 된 애국가이며 변영태가 번역했다. 뒤이어 그 당시 나라의 안위를 걱정했던 김규식(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 경던(본명 전경무. 재미 독립 운동가), 장익봉(성균관 대학교 교수), 이인수(고대 교수), 변영태, 강용흘의 작품들이 차례로 소개 되고 후미에 변영로의 시조 번역과 자작 영시들이 실려 있다. 변영로를 천재시인으로 만들어 준 <코스모스(cosmos)>와 대표적 작품 <진달래(Azalea)>도 바로 이곳에 실려 있다. 1918년 ≪청춘≫지에 영시 를 발표했을 때 십대 소년이 영시를 썼으니 천재 시인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이듬해 1919년에 독립선언서를 영어로 번역하여 세계만방에 알린 것은 바로 청년 변영로의 탁월한 영어 실력 및 애국지심이 아니겠는가. 어느 누가 감히 시도도 해 보지 않을 때 변영로가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한 일이니 후대에까지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다.
≪진달래 동산≫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변영태, 강용흘, 변영로 3인이 고시조를 영문으로 번역 소개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시조는 필자가 모두 현대 시조 풍으로 번역을 했지만 모두가 조선 시대 시조이며 오로지 한 작품만 고려시대 작품인 <서경별곡(작가미상)>을 번역 한 것이다. 변영로는 고려가요인 <서경별곡>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시조로 만든 것이고 이를 영역했던 것이다. 사실 <서경별곡>은 워낙 오래전 글의 형태라 난해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변영로가 국문학이 제대로 틀을 잡지 못했던 그 시절에 그 내용을 어찌 알았는지 탄복할 따름이다. - 역자 후기
변영로의 영문 작품집 는 6.25 한국전쟁 후의 작품 선집으로서 1부는 수필편, 2부는 시편, 3부는 발췌문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53년 56세 때 변영로는 <대한공론사> 이사장에 취임하게 되고 영문 일간지 The Korean Republic를 주재 및 발간하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 발행된 책이 이다. 이 책에는 국민을 계몽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세계정세에 대한 필자의 생각, 그리고 한국의 어려운 사정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국제 사회로부터 공조를 끌어내고자 하여 한국을 알리는 작품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는데 수록된 거의 모든 작품이 The Korean Republic에 게재된 것이라 보여 진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2차 대전의 판도에 힘입어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해방 되었지만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사상적 이데올로기를 걷게 되고 6.25 전쟁이란 극한 상황까지 겪게 된다. 이 전쟁에서 우리는 미국과 유엔군의 도움을 받게 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지도층에서는 이들과의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해 놓아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일제치하에서 단 한 줄도 친일 작품을 쓴 적이 없던 변영로였지만 잔혹하고 끔찍했던 6.25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나라의 안위를 위해 영자 신문을 빌어 유엔군에 감사하는 글을 싣게 되고 각종 기념 축시 및 헌시를 쓰게 되는데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을 기해 생신 축시까지 쓰기에 이른다. 이는 한국현대사를 볼 때 3.15 부정선거 및 사사오입 개헌이 일어나기 이전의 일이었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 생일이 국경일로 지정된 때였으므로 영자 신문사를 주재하는 입장에서 다른 기념일에 기념시를 썼듯 생신 축시를 썼던 것으로 보여 진다. 이는 독재자 이승만으로 평가되기 이전에 쓴 축시이며 작품 속에서도 표현되듯이 딱히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마땅히 없던 때에 미국과의 교분이 있던 이승만이 지도자로서 적합한 인물로 여겨진 것이다.
제1부에서 보듯이 6.25 전쟁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되고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겨지는 걸 보고 참담한 피난길에 올랐던 변영로이다. 본인이 직접 겪은 비인간적인 전쟁의 실태를 몸소 겪으면서 변영로는 어떤 다짐을 하게 되었겠는가. 우리나라 단독으로는 나라를 지켜 낼 수 없음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겪어본 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공적 직책이 주어지자 대한민국 알리기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 때 우리를 구해준 맥아더장군의 보좌관조차도 ‘한국은 도와줄 가치가 있는 나라인가’라는 글을 미국 잡지에 게재했던 시절에 변영로는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지를 스스로 알았기에 본인이 맡게 된 영자 신문에 나라를 위하는 심경을 토로했던 것이다. 능력 있고 존경받는 지도자를 만들어 온 국민이 한데 뭉쳐 애국하는 모습을 세계만방에 보여주고 한국이 독립된 나라임을 보여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고 싶었을 터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현재 세계만방에 이름을 떨치고 각종 분야에서 품격이 높은 나라가 되기까지에는 변영로와 같은 문인들의 힘도 많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내내 느꼈던 점은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역사 속의 인물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애국을 했다는 점인데 문인 변영로는 명석하시며 인간애 넘치는 애국자였으며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계획대로 조국과 국민을 지극히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