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2014년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총장님께서 양교 교수진들이 함께 참여하는 집단지성을 고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합의하신 것을 계기로 양교 간 공동연구가 기획되었다. 그 일환으로 서울대-연세대 통일대비국가전략연구팀이 결성되어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고, 공동연구의 첫 결과물이 공동 저서 『통일의 신지정학』(박영사, 2017)으로 나왔다.
이 프로젝트의 공동 연구책임자인 필자는 2015년 서울대 대학원생들과 함께 북 · 중 · 러 접경지대를 답사하며 현장조사를 수행하였다.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루비노, 포시에트, 크라스키노, 하산을 거쳐 중국의 방천, 훈춘, 도문, 용정, 삼합, 회령, 연길을 돌아보는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각 지방의 관리들과 기업인, 현지 진출 한국기업인 그리고 현지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북 · 중 · 러 접경지역을 둘러싸고 꿈틀대는 동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산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저편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멀찍한 거리에서나마 더듬어볼 수 있었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연구 참여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관찰한 현상을 학술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계속하였고, 이러한 지적 고민을 모아서 책으로 펴낼 필요를 느꼈다. 석사과정 및 박사과정에서 학업을 진행하며, 또한 학위 논문을 작성하며 쉽지 않은 일정 중에 노력해서 연구논문을 작성하였고, 그 결실을 모아 이 책에 담게 되었다.
그 때에 함께 고생한 친구들은 젊은 학문의 파트너로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었고, 그들 덕분에 이 공동 작업이 내게는 참으로 행복한 경험이 되었다. 이제 혹은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혹은 학업을 계속하거나 또는 사회에서 진출해 있는 후배들에게 내게 선사해준 이 기쁨에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현지조사연구에 동행하여 당시 학생들에게 학술적인 자극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박배균 교수를 비롯한 고가영 박사, 김민환 박사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의 출간을 맡아 수고해 준 도서출판 이조의 이종진 대표와 책의 발간을 위해서 끝까지 애써 준 김예지 양, 이금강 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18년 4월
매서웠던 크라스키노의 칼바람을
그리움으로 기억하며...
신범식
[머리말]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소련/러시아가 국교를 수립한 이래로 25년 간 양국은 관계 정상화, 양국관계 조정, 갈등·소강상태 극복을 위한 관리, 새로운 동반자관계 발전, 미래지향적 전략적 협력 추진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포괄적인 분야에 걸친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특히 2008년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한 점은 의미 있는 계기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2012년 5월과 2013년 2월에 각각 출범한 러시아와 한국 정부는 ‘신동방정책’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같이 공유이익을 지닌 부문의 정책 협력을 강화시켜가면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35개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갈 중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략적 협력’이란 양자관계를 통해 지구적 및 지역적 수준에서의 전략적 영향력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고 상호 인식하게 된 당사국들이 그 협력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천하면서 구성해 가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 전략적 협력의 내용을 규정하는 요소로는 첫째, 전략적 소통, 둘째, 전략의 조율, 셋째, 공통의 전략적 결과를 지향하는 프로젝트의 실천을 들 수 있는데, 이 세 측면에서 볼 때에 한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략적 협력 단계에 진입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 단계 양국관계는 양자, 남·북·러 3자, 동북아 지역 및 지구적 의제에서의 다층적 협력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전략 협력의 모색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양국은 이와 같은 전략 협력
을 고양함으로써 러시아의 동방을 향한 비전과 한국의 대륙을 향한 비전이 함께 조우되는 창조적 변화를 시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러시아연구소는 이러한 양국 전략협력의 발전을 위하여 수년 전부터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한·러관계가 진정한 전략적 협력으로 고양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러시아 국제관계위원회와 동북아 안보를 위한 한-러 전략협력에 관한 공동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이에 한-러 전문가들의 공동 보고서와 국내 전문가들의 한·러관계 발전을 위한 보고서를 묶어 그 동안의 노력을 한 매듭짓는 의미에서 작은 책자로 출간하게 되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졌던 이 작업에 인내와 아량으로 참여해 주신 하용출 교수님, 김현택 교수님, 서동주 박사님, 성원용 교수님, 권원순 교수님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러시아 측에서 파트너로 애써 주신 글렙 이바센쪼프 대사님과 러시아 전문가들에게도 찬사를 드리고 싶다. 특별히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맞추어 멋진 책자를 출판해 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에도 치하를 드린다.
필진을 대표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