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컬러 사진가다. 나는 거의 언제나 주제의 컬러를 중심에 두고 이미지에 접근한다. 사진가 중에는 촬영 대상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이 많다. 야생동물 사진, 패션 사진, 결혼식 사진, 이벤트 사진, 산업 사진, 스포츠 사진, 거리 사진, 풍경 사진 등으로 말이다. 나는 그 모든 분야에 흥미와 열정을 느낀다. 열 번 중 아홉 번 나를 매혹하는 것은 주제의 컬러다. 나는 그 멋진 색을 사진에 담아내는 방법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나에게 새는 새가 아니다. 붉은 날개다. 풍경을 볼 때도 전체가 아니라 샛노란 꽃이 만발한 나무 한 그루로 다가온다. 거리에서도 거리를 보는 게 아니라 보라색으로 칠해진 문을 본다. 나는 컬러를 본다. 컬러를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배치할지 궁리한 다음에야 그 컬러의 주인이 누구인지, 즉 주제가 꽃인지, 옷을 벗은 인체인지, 자연 풍경인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인지 생각할 정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자기 주변 세계에서 강렬한 컬러를 발견하고 포착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자 한다. 우리가 컬러를 인식하는 이유, 카메라가 컬러를 포착하는 원리 등 과학적인 내용도 다룬다. 또 눈부신 흰색과 칠흑 같은 검은색부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위한 적절한 노출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컬러가 사진에서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 어떻게 하면 컬러를 사진의 장점으로 삼을 수 있는지도 논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디지털 사진에서 컬러를 강화하는 데 즐겨 쓰는 포토샵의 ‘선택 색상’ 툴의 활용법과 몇 가지 컬러 관련 툴의 활용법-필터, 포토샵의 ‘색상 균형(Color Balance)’, ‘자동 색상(Auto Color)’, ‘색상 변경(Replace Color)’-도 소개한다.
이 책에서 나는 모범 이미지와 함께 촬영 장소와 조명 상태를 보여 주는 보충 사진 및 촬영 방법과 이유를 상세하게 묘사한 캡션을 배치했다. DSLR로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내용은 빠짐없이 설명했으니 여러분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각자의 비전을 더 넓게 확장하고 새로운 기술을 실제로 활용했으면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촬영한 사진을 후가공하는 방법이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컬러를 개선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공만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충분한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