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림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겁니다. 회화, 만화, 일러스트, 컴퓨터그래픽 등 표현은 비록 다르나, 인간에게 인간이란 가장 깊고도 거대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인간이지만, 사실 같은 인간들 속에서 인간의 몸을 관찰하며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점에는 그와 관련된 무수한 책이 나와 있습니다. 그 책들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접근방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겉모습에 주목하여 피부의 주름, 색깔, 질감, 요철, 눈, 머리카락의 모양 등을 분석하는 접근방식입니다.
둘째는 각 부위를 덩어리 혹은 덩어리들의 연합으로 단순화하여 인체의 비례를 이해하고, 이를 평면에 재구성하려는 접근방식입니다. 조형적인 시각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셋째는 인체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려는 해부학적인 접근방식입니다.
이 책은 이 가운데서 ‘해부학적인 접근방식’을 따랐습니다.
이른바 미술해부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이 분야의 책들은 대개 구조를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신체를 표현할 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인체가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할 때 근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망라한 책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점을 보충하고자 기획·구성되었습니다.
필자는 1993년부터 컴퓨터(2DCG, 3DCG)를 이용한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 제작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작에 따른 신체의 상태를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보충 일러스트에서만 CG와 선화(벡터데이터)를 사용하고, 대부분의 근육 그림은 연필로 직접 그렸습니다.
인체를 그리고자 하는 많은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