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눈높이가 높은 존재라, 눈 아래에 있는 것들을 지나치거나 무심해지곤 하는 것 같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문득 뒤를 돌아보거나 시선을 낮추어 낭낙이나 순대를 바라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낭낙이나 순대와 시선이 마주치면 굉장히 미안해지곤 한다. 내가 어쩌다가 한 번 돌아보고 낮춘 그 시선과 마주하기 위해, 낭낙이나 순대는 나를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고 마는 거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애정 어린 시선을 받기 위해 고개를 들고 나를 보고 있었을 녀석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녀석들의 그런 소박한 바람조차 자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진다. 내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주로 그런 것들이다. 시선의 차이나, 그 시선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