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추구해야 할 어떤 총체성이 아니라, 비록 총체적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의미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이런 생각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생각에 이르기까지의 다소 혼란스러운 사유와 실험의 과정이 드러나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또 그러한 사유가 미래에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고정되지 않고 변해 가리라는 것을 이 책이 조금쯤은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신화는 무엇을 담고 있는 텍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행하는 기호작용 가운데서 일어나는 하나의 특수한 방식의 기호작용이며, 그 기호작용은 그것이 일어나는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우리는 신화라는 본질적 개념들이 만들어내는 분류체계(혹은 장르체계) 안에서 신화를 다루지 않는다. 신화는 그것을 넘어선 것으로, 그것의 구조가 어떻게 생성되고 또 그것이 어떤 지점에서 해체되는가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과거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그러나 그것이 딱히 '신화적'이라고 규정되지 않는 텍스트들에서 어떤 신화적 기호작용이 일어나는가를 기술하고자 하였다.
그 기호작용의 기술은 곧 신화가 신화임을 드러내는 탈신화의 기호작용이며, 그러한 담론적 행위는 마땅히 이 시대에 인문학이 감당하고 실천해야 할 하나의 몫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탈신화 시대'라는 말을 내세운 것은 그런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