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2010년과 1995년이 남기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해였지만, 온기 머금은 손으로 내 싸늘한 목덜미 어루만지면서 괜찮다, 아무 일 없다며 함께 먼 하늘을 바라보다 쉬 흘러 보내곤 하던 꿈결 같은 해였다.
시집을 내는 일도 그리 흘러갔으면, 그래서 더 이상 마음에 매여 있지 않고 훗날 때때로 떠오르기도 하는 안온했지만 부끄러웠던 짓이었음을 알았으면.
가을 어느 날, 어지러운 장바닥에 멍하니 홀로 걷다 우연히 마주친 친구 얼굴처럼 내 시가 좀 더 서먹서먹했으면. 그래서 쉽게 초대할 수 없는 당신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