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다시 하고 넘어가야겠다.
금침(金針). 금사(金絲)라고도 한다.
속눈썹 한 가닥보다 얇고 짧은, 금으로 만든 침(針)을 사람의 혈관에 넣는다.
이 침이 혈관을 돌고 돌며 혈관에 달라붙은 노폐물이나 혈전과 부딪치게 하는 요법이다.
그들과 부딪치며 침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모되어 결국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때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핏속에 녹아든다.
속눈썹 한 가닥만 한 질량의 이 시들을 당신의 혈관에 밀어넣는다.
내가 당신을 치료하거나 다가올 아픔을 지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10만 킬로미터 당신의 혈관을 따라 돌고 돌 뿐.
그렇게 그 속에서 닳고 닳으면 그뿐.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순간에 다 녹아버리면 그뿐.
그리하여 내가 당신 안에서 살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을 불멸이라 말해도 좋을까.
능내 강가에서 쓰다.
나뭇잎 한 권을 물위에 띄운다. 나의 상류에 있는, 그리고 하류에 계실 수많은 당신에게 가닿기를.
당신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가능성 또는 불가능성들.
그리하여 시의 적절함에 대해
시옷에 대해
묻지 않고 오래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혼자 오래 생각해
기어이 틀린 답을 구하는 어리석은 산수였다.
식물원에서 나무화석을 만져본다.
모든 시는 나무로부터 오는 것,
화석이 되어서라도 이 지구에 남을 수 있을까.
두번째 첫 시집이라고 말해본다.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들이 그립다.
201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