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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권비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5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안동

최근작
2024년 6월 <인간의 그물>

덕혜옹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살지 못했던 여자. 조국과 운명을 함께했지만 종국엔 철저히 버려졌던 여자.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 역사서로도, 인문서로도, 소설로도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일본 번역서가 한 권 있을 뿐입니다.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것은 그녀를 위한 진혼곡입니다.

얼음이 녹는 시간

그럼에도 순간순간 나는 행복하다. 갇혀 있으므로 오롯한 광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갇힌 채로도 열심히 쓰려고 한다. 얼룩진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인생의 비의悲意에 대해. 쓸쓸한 삶의 그늘에 대해, 그 경건함에 대해…….

잃어버린 집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 혹은 역사적 사실이 때로는 허구보다 설득력이 약할 때도 있다. 세월은 아무런 말이 없고 승자들이 만들어놓은 규정지어진 진실은 점점 굳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궁금하다. 그것이 진실이었을까? 진실에 대한, 혹은 역사에 대한 의혹은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기존의 정설을 흔들며 혼란스럽게 한다. 진실 이면에, 진실보다 더 진실한 그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단단한 거북이 등껍질처럼 굳어버린 역사의 이면. 나는 거기에서 슬픈 역사의 그늘 속을 방황하며 고뇌했던 얼굴들을 찾아낸다. “저에게 있어 역사소설은 실제 사건을 허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허구랍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란사

(…) 자료는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져 있었지만, 정작 알고 싶은 사실들은 알 길이 없었다. 거기에 상상력을 입혀 나라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여성 교육에 힘쓴 란사의 일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어떤 인물에 푹 빠지게 되면 거의 무아지경이 된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란사 이야기를 하고 자료를 구걸하고 꿈에서도 그녀를 찾아다녔다. 『덕혜옹주』를 쓸 때와 비슷한 증세였다. 쓰는 동안 캄캄한 밤길을 걷는 듯한 느낌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내 몫의 ‘하란사 찾아내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원고를 다듬는 동안 그녀는 내 안에 머물렀다. (…) 2020년, 그녀의 위패가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현충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본 듯이 반가워서 위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당당하고 거룩한 삶을 기리며 묵념했다. 램지어 교수의 망발이 회자되고 있던 터라 그녀의 고결한 삶이 더욱 우뚝 느껴졌다. 그녀가 내게로 다가와 웃어주었다. 나는 그제야 원고에 마침표를 찍고 출판사에 넘길 수 있었다. 억울하게 흩어진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와 눈이 마주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살려내 쓰는 것이 그들 영혼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방법이 될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숭고한 삶을 기억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을까? 책이 출간되는 날, 나는 현충원으로 달려가 그녀의 위패 앞에 『하란사』를 바치리라. 또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칠 영혼이 있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풀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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