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나만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들도 그랬다.
나만 흥이 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들도 어깨춤을 추며 삶을 누리고 싶어했다.
인간으로서 차마 겪을 수 없는 것을 겪었다. 고통과 비참과 절망 속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죽음이 아닌 삶으로 고개를 돌리게 하는 불씨를 간직하고 있었고, 그 불씨를 살려내는 숨결이 있었다.
감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밀의 화원에 숨겨져 있는 것은 그들의 고통이 아니다.
그 고통의 흙더미를 뚫고나오는 생명의 떡잎이었다는 것을.
그 여린 잎이 자라 줄기를 뻗고 잎을 피워내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이 떠지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말문을 열었지만, 이야기를 계속 풀어내기 힘겨워하는 그들처럼 헤맸다.
글을 쓰는 내내 달래깨비를 떠올리고, 목각 인형을 생각하며 내 안의 불씨를 돋우었다.
마침표를 찍고 나자, 비로소 마지막 날까지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