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등단 후 첫 번째로 만든 노트에서 비롯되었다. 청춘이 단 한 장으로 끝나는 시절이 아니라는 걸 예감할 즈음이었다. 여러 겹의 시절에서 첫 장을 메웠다. 소설에 쓴 연극은 나의 희곡 등단작을 재구성했다. 한데서 따스한 곳으로 옮겨 마음이 놓인다.
그사이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고 떠나온 거리만큼 앓았다. 조동선 선생님께서 작가는 스스로를 유폐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초고를 완성했던 날, 오래도록 생을 쫓아다니던 무섬증에서 벗어났다는 걸 알았다.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 둔 것처럼 고독, 외로움이 몸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었다. (…)
생애 첫 번째 책이다. 그 뒤에서 나는 또 기대한다. 글이 나를 끄집어내기를. 세상에 뚝 떨어뜨려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