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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중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0년 9월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내가 이마트에서 마케팅 부문을 맡게 된 2009년도 말은 그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던 대형마트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 전까지 점포를 열기만 하면 고객이 몰려오고 매출은 대폭 신장하고 수익이 쏟아졌던 이마트가 성장기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무엇으로 이 난국을 해쳐나갈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매일 매일의 판촉과 행사는 한계에 도달했고, 당시 이마트와 경쟁사들의 전단 및 광고는 서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동질화되었으며, 고객들은 '사상 최대 할인', '최대 50% 할인'이라는 상투적인 문구에 식상해 했다. 나 역시 매일매일 반복되는 영업과 프로모션 업무의 성과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고, 이렇게 단기적 접근을 넘어 '과연 이마트를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중 우연히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을 접하게 되었고 또 우연한 기회에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게 됐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후발주자로서 당시 쟁쟁하던 경쟁 카드사와 전혀 다른 게임의 룰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객들의 근본적인 욕구, 즉 카드를 긁을 때의 만족감과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해 카드를 멋지게 디자인했고 기업 문화를 디자인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루 1백만 명에 가까운 고객이 전국 150개가 넘는 이마트 매장을 방문한다. 이마트 문턱을 넘어선 고객들은 카트를 끌고 매장 곳곳을 다니면서 쇼핑을 하고 다양한 상품을 담는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이마트 매장에 머무는 동안 매장 곳곳에서 멋있는 느낌과 자부심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이제와는 전혀 다른 대형마트의 게임의 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현대카드가 카드를 긁는 그 순간의 고객 욕망을 채우기 위해 멋있는 느낌을 준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작업을 위한 첫 출발로 2010년 소위 프로젝트 'RESET(리셋)'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마트의 오래된 BI(Brand Identity)를 과감히 버리고, 세련된 BI로 바꿨으며, 전방위적으로 이마트에서의 모든 고객의 경험 요소들을 재디자인하고 과감히 업그레이드했다. 이후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로부터 '이마트가 많이 달라졌다' '다른 경쟁사와는 구분되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매출이 목표를 훌쩍 넘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나는 나의 미래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 것이다. 10년 가까운 경영 컨설턴트의 전략적인 마인드와 10년 가까운 기업에서의 실전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 바로 성공하는 기업과 사람의 '최고, 그리고 최후의 전략'은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면서도 디자인에 승부를 걸지 않는 것은 정말 바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우리나라 모든 기업의 CEO와 리더들에게 꼭 손을 붙잡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간곡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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