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이나《창백한 죽음》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이야기꾼 기질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심리 스릴러의 제왕답게, 저자는 잔인한 장면들을 굳이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고도 독자들에게 섬뜩함과 공포를 안긴다. 천천히 진행되던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긴박감을 더해가고,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디딤돌’ 역할과 ‘미끼’ 역할을 겸한다.
한창 번역 중인 빙켈만의 차기작《Wassermanns Zorn》역시 퍼즐 조각을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기습적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서사 구조가 돋보인다. 그의 작품 두 권을 연달아 읽다 보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심리를 유려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빙켈만의 ‘덫’에 꼼짝 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솜씨로 독자들을 안달 나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