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만차스 통신>의 모티브도 실은 벌써 10년 전에 완성된 것이어서 저 자신에게 있어서는 기념할 만한 '데뷔작'임과 동시에 정든 '옛 친구'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화자인 '나'는 어느 의미에서는 저 자신입니다. 무기력하던 예전의 나 자신, 이제 결코 되돌아갈 리 없으나 절대로 잊을 수도 없는 과거의 자기 자신입니다.
작년 가을,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저의 데뷔작 <라스 만차스 통신>이 오히려 일본에서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 놀라움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두 번째 소설인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를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전작 <라스 만차스 통신>과는 전혀 다른 취향의 작품입니다. ... 전작은 괴기 취미를 전명에 내세우면서 갈가리 찢긴 가족의 비극을 묘사한 작품이었습니다만, 이번엔 완전히 취향을 바꾸어 이상한 운명에 휩쓸린 소녀와 그녀를 구하려고 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이미 젊지 않은 분들은 젊었던 시절을 다시금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 제가 지향한 것은 그것입니다.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신선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