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춤평론가는 매우 고달픈 사람이다.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 무용예술의 속성은 춤평론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춤평론가의 의무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공연 관람 후 사라져가는 기억의 잔재를 부여잡고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판단하고 평가내려야 한다. 정말 외록고 고독한 작업이다. 그러나 나의 평문이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는 하나의 역사 기록으로 당대 무용사 기술의 기초자료가 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춤학문도 춤창작과 마찬가지로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춤학자는 새로운 담론 생산을 위해 부단이 공부하고 사유하고 또 고뇌해야만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춤의 학적 담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무용학 연구의 역사적 흐름을 주제별로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화석화된 학문이 아닌,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창조적인 춤학문이 되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 속에서 잉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