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나를 옭아매었던 질곡 아닌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어 용기를 내었다. 귀한 골동품을 벽장 속에서 꺼내어 세상과 공유하고픈 마음으로 이 조그만 책자를 엮어보았다. 그러나 막상 원고를 끝내고 보니 모든 것이 어설프고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고대 중국의 운문인 초사의 정감을 우리말로 완벽하게 옮겨놓기란 애초에 내 능력 밖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굴원의 애원을 혹 잘못 이해하지는 않았을까? 과연 그 울분을 정확하게 전달하였을까? 두려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했다는 핑계로 세상에 우선 선을 보인다. 장강을 떠도는 굴원의 영혼이 내 충정의 편린이나마 헤아려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