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필레보스》에서 즐거움과 분별 중 무엇이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논한다. 이 대화편에서 그가 좋은 것을 문제 삼는 이유는 어떤 삶이 좋은 삶, 즉 행복한 삶인지를 밝히기 위함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하는 문제는 플라톤이 자신의 철학 전체 여정에서 일관되게 큰 관심을 기울였던 주제이다. 그런데 플라톤이 초.중기 대화편들에서 좋은 삶을 위해서는 분별이나 지식이 있어야 하고, 특히 좋음의 형상을 보아야 한다고 역설한 반면, 그의 말년의 저작인 《필레보스》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 혹은 우주에 관한 논의를 기반으로 해서 좋은 삶을 실현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주에서 좋은 것들이 한정되지 않은 것에 한정자가 개입되어 적도(適度: to metrion)가 이루어질 때 생성됨을 밝힌다. 그리고 인간의 좋은 삶도 그처럼 적도가 이루어질 때 성취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적도’란 ‘중용’ 개념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인데, 플라톤은 ‘적도’를 사람과 우주에 있어서 좋은 것이라고 여긴다. 《필레보스》에서는 좋은 삶의 문제와 관련해 우주론적 논의뿐 아니라, 변증술에 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리고 이 대화편은 “즐거움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갖고 있을 만큼 즐거움에 대한 긴 분석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