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산문집을 냅니다. 30여 년 일하던 학교를 떠나 이런저런 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하와이대학에서 일 년 동안 머물렀던 일들을 간단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애착이 가는 것도 부족한 것도 많은데, 누구였지요? 살아 있는 것들은 얼룩이 져 있다고 했으니, 모두 나의 순간들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나에게 위로 올라가는 것과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아래 있는 것이 위에 있는 것을 살려주고 키워준다는,
이 단순한 그러나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진실을 일깨워준다.
강의실에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단어가 어떻게 또 다른 단어를 불러오고, 한 문장이 또 하나의 문장을 어떤 방식으로 불러와서 문단을 이루고 그것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들이 전달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문장의 질서에서 생각의 질서를 찾는 것이고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각자 이 질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왜 강의실에서 소설을 읽는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이것은 시장경제 시대, 효율성과 기능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