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토끼는 마구 앞으로만 내달렸다. 그래, 인간 영장류에게 본때를 보이는 거야. 유한한 화석 에너지를 터무니없이 낭비하는 인간들! 육식이든 초식이든 생명을 섭취해야만 존재가 유지되는 인간들! 숨 쉴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간들! 자신과 이웃들의 소중한 역사와 기억을 허투루 묵살하는 인간들! 속도만으로도 모자라 가속도에 몸을 맡긴 인간들! 그러고도 꾸역꾸역 종의 번식을 시도하는 인간들!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들! 아버지들!―토끼는 어디선가 톡 튀어나와 말한다.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