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커다란 학교요 극장이다.
하지만, 삶에 너무 기대되는 의미 부여하고 싶지 않다.
있는 둥 없는 둥 표시 없이
길가의 풀 한 포기처럼 살다 가고 싶다.
비비 꼬이며 말라비틀어지더라도 내색 없이 생을 접고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지고 싶다.
2016년 초여름 옥류산방에서
내 귓속에 뿌리내리고 사는 놈들,
아직 하나도 출가시키지 못했다.
소리를 받아들이는 귀가 도리어 소리를 내지르니
아무래도 치유가 필요할 듯하다.
‘출구를 잃어버린 소리들’은 잡음만 생산하고 있다.
내게 시를 쓰는 행위는
제 몸을 입지 못한 소리들을 복원하는 일이다.
오염되고 상처받고 부서진 소리들을 위해
나는 매일매일 출구를 닦아내고 있다.
2023년 5월
옥류산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