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나』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무엇보다도 소설의 제목이자 안티 히로인인 세리나라는 인물이다. 자신의 사생아를 가진 소녀의 아버지를 죽이는 펨버턴보다 이를 부추기며 싸늘하게 지켜보는 세리나가 한 수 위 악당이라는 불길한 전조를 분명히 하는 첫 장부터 세리나는 무대의 중심을 장악하고는, 흥미진진하지만 뻔한 삼각관계 멜로드라마처럼 보였던 도입부를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고 선혈 낭자한 자코비언 복수극 같은 음침한 세계로 이끌고 간다. ‘평화로운 고요함’을 의미하는 라틴어 세리누스(serenus)에서 유래한 이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이 여주인공은 이제껏 문학 속에서 봐온 악녀들과는 급이 다른 철두철미한 냉혈한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고 완전히 현재 속에서 살 수 있는 순수함’을 희구하며 멀리 브라질까지 뻗치는 광대한 목재제국 건설을 꿈꾸는 그녀는 작업의 속도를 더디게 하는 방울뱀이든 소심한 동업자든 골칫거리의 싹을 지닌 수하이든 간에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대상은 무엇이든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데,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나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 섬뜩한 무심함은 흔히 세리나와 비교되곤 하는 맥베스 부인을 인간미의 화신처럼 느껴지게 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