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머 애들러의 《how to read a book》은 읽기의 방법을 제시한 정말 좋은 책입니다.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만 여전히 쓸모 있는 독해 기술의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해서 쓴 책이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입니다.
이 책은 실용서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독서 기술을 실행에 옮기면서 느끼고 익히는 책입니다. 그저 읽기만 해도 뭔가 깨닫는 것이 있기는 할 것입니다만, 기왕이면 ‘독해의 신’이 되기 위해 책 표지에 뭔가 적어가면서, 본문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공책도 마련하고 자신만의 독서기록을 남겨가면서 읽는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이 책에 쓰인 것 이상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책을 읽는 기술이란 것도 독자 스스로 읽고 찾아가면서 깨닫다 보면, 누구나 간단한 Tip을 만들 수 있게 된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을 때 속표지를 잘 활용하면 아주 중요한 메모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속표지는 깨끗한 상태로 두는 독자들이 많은데요, 저는 애들러의 충고를 따라 메모장으로 활용했습니다. 속표지의 앞장은 살펴보기 2단계에서 던지는 책에 대한 질문 3가지에 대한 답을 적는 공간으로 아주 좋습니다. 책을 구입한 날짜와 함께 책에 대한 자신의 정신적 소유를 표시하는 거죠. 그 공간은 처음 읽은 후에 간단한 인상을 적기도 좋습니다.
뒤쪽에 있는 속표지에는 또 다른 과제를 적어두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생긴 의문이나 더 읽어야 할 목록들을 기록해두고 앞으로 읽을 계획을 써 두면 책을 어느 정도 소화한 느낌이 들죠.
그리고 기술을 익히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살펴보기를 연습하려면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살펴 읽고 내용을 메모해 둘만한 책을 몇 권 골라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3-4권만 연습해보면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분석하며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합하며 읽기도 직접 한 번 해보세요. 무척이나 뿌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꿰부통’을 읽고 직접 애들러의 책을 읽어보면 여러분만의 또 다른 기술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이 ‘꿰부통’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또 다른 ‘꿰부통’을 만들어내기 바랍니다. 우리가 읽어야 할 진정 좋은 책들, 인생에 꼭 필요한 책들을 읽어내는 기술의 바탕은 변함이 없으나 세부적인 기술은 항상 변모하고 좀 더 나아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경험이 들어간 새로운 독서 기술로 여러분도 독서 기술의 장인이 되기 바랍니다.
이 책을 쓰면서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것들도 있습니다. 동양 고전과 서양 고전에 대한 체계적인 독해방법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으나, 내용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어서 미뤄두게 되었습니다. 고전 사상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즌2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하고 뗄래야 뗄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어느 한쪽의 입장으로만 생각해서는 제대로 미국에 대해 알 수도 없고 혼란만 겪을 거라고 보았죠. 제가 학생들과 수업해보면서 느낀 것은 어린 학생들이 미국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거나 기분차원에서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었죠. 가장 싫어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서 살고 싶은 나라라는 이율배반이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대하여 뭔가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이야기를 쓰게 된 첫번째 이유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거의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죠. 그 나라에 단지 한 달 어학연수 갔다 왔다는 것만으로도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남에게 젠체 할 수 있다는 현실도 놀라웠고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재수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너무 주변적인 것이었고, 피상적이고 한쪽에 치우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일상화된 미국인들의 이중성 때문이었습니다. 올림픽 등을 통해서 보여진 미국인들의 모습은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자국내의 스포츠맨십과는 달리 매우 이기적이고 결과중심의 배타적 애국주의였습니다. 미국인은 돈이든 군사력이든 힘있는 것이라면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이고 세계정의의 유일한 실천자라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자기들의 피해는 조금도 참을 수 없고 남의 나라에 퍼붓는 폭탄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그들의 정치구조도 이중적입니다. 이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순진한 사람들은 아예 미국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을 좋아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좋아하게 하자, 싫어하더라도 우리 이익은 챙기고 싫어하게 하자, 그러려면 역사부터 제대로 알고 기초를 잘 잡아주자, 이런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책이 많이 나와서 미국을 제대로 알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4년 9월 11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
우리는 중국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 모르고 있는지도 몰라요. 이제 중국에 대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해요. 중국인들도 너무 길고 오래되어서 잘 모른다는 역사도 살펴보고요, 1960년대와 2000년대가 함께 존재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들도 살펴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