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 이십여 년 전 이곳 뉴욕으로 이사 왔을 때부터 나는 이 도시의 여러 장소와 사람을 즐겨 그렸습니다. 그런데 2020년 봄 코로나19 감염병이 돌기 시작하자, 주변 풍경을 그리는 일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띠었습니다. 록다운(이동 제한) 조치로 사방이 조용해지고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변한 세상에서,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현실로 바뀐 듯한 세상에서, 그림 그리기는 내가 있는 곳을 잊지 않도록 하는 한 방법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내가 특히 눈여겨보았던 것은 그 와중에도 여전히 길에 다니는 탈것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가 정지된 도시에서도 끈질기게 움직이는 예외적 존재들이었습니다. 트럭, 구급차, 기타 등등을 모는 사람들은 뉴욕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해 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게에 물건을 채우고, 도시의 안전과 식사와 청결과 운영을 책임지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니까요. 뉴욕처럼 크고 바쁜 도시에서는 아주 평범한 날에도 그런 일들이 중요한 법인데, 하물며 팬데믹이 한창인 시기에는 그럼에도 한결같이 진행되는 그 일들이 더욱 놀라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