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가서 숨죽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 보라. 그러면 비로소 당신에게 걸어오는 말소리가 귀에 들린다. 숲의 생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오롯이 귀 기울일 때 당신 주위에 뭇 생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모든 생명은 당신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 순간 그들과 서로 잘 어울려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 그렇게 당신 스스로 겸손해질 때 당신의 생명도 온전하게 보호받을 것이고, 당신 밖의 하찮다고 생각하던 미물도 자연스럽게 존중하게 된다.(중략)
숲은 모든 삶에 평등하다. 그리고 그 안의 삶은 혼돈의 삶들이다. 우연이면서 필연인 모든 존재들의 삶은 철저히 경쟁적이다. 경쟁적이면서 또한 협력하며 산다. 그러나 유일하게 숲의 원칙에 대한 예외자로서 타자를 철저히 파괴하며 사는 존재가 인간이다. 우리의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숲에서도 그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 (중략)
사람도 숲의 일원일 뿐이다. 그걸 깨닫기까지 너무 먼 길을 에돌았다. 하늘다람쥐의 죽음은 깨닫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장송곡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한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의미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 숲이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숲은 생명이 태어나고, 살고, 죽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숲이 망가지면 인간도 언젠가 숲의 운명과 함께 할 것이다.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숙제를 해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전에 써 놓았던 작품도 있고 최근에 쓴 작품도 있다.
어두운 터널 속에 있던 청춘과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지난한 삶들을 풀어내보고자 애썼다.
음으로 양으로 내 삶에 그림자가 되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 표하고 싶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이 작품집을 내게 된 것에 대하여도 감사한다.
산속에 살며
사람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나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흐르고 변해갑니다.
삶이 그 속에 있습니다.
결국 또 사람입니다.
늘 내게 사랑만 주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의 형제자매, 가족들에게
이번에는 내가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네요.
달이 떠오르면 나무는 눕는다.
나도 가만히 누워 있으면 나무가 내게로 돌아눕는다.
나무와 풀과 새와 친구가 된 지도 여러 해,
그러함에도 고뇌하고 외로워하고 슬픔을 달고 사는 것을 보면
죽을 때까지도 그 병은 고치지 못할 것 같다.
간절히 원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면 자세히 보인다.
나무와 풀과 새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할까?
달이 떠오르면 나도 가만히 눕는다.
나무에게 외로움을 말한다.
나무가 너무 외로워하지 말라고 바람으로 전한다.
이번 시집에는 이런 말 없는 대화가 가슴을 적셨다.
인생은 우연이다.
예정되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많은 추억을 가져오고,
지루했던 삶에 설렘을 주고,
또한 불면의 고통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 것,
그리고 나에게 사랑의 시적 경험을 안겨준 것도 모두 우연이다.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나에게 또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니까!
그러니 사랑도 생각도 오늘 하루 마지막인 것처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