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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한수영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전라북도 임실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9월 <[큰글자도서] 오로라 2-241>

공허의 1/4

젊은 기상 캐스터 앞의 시어머니와 바람 불던 날의 후배의 뒷모습, 깊은 산속의 노루와, 그보다 더 깊은 아버지의 눈자위와 그리고 친구의 칠 벗겨진 분홍 손톱. 그들이 하는 얘기를 받아 적고 싶습니다. 그런 용기를 갖게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나무 핑궈리

2002년부터 3년 동안 발표했던 단편들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발표한 작품들을 남의 자식 바라보듯 데면데면 바라보는 나쁜 버릇이 있어 잊고 지내다가 이참에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책을 내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겁나는 일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단편들을 모아 집 하나 마련해 주었다는 기쁨이 부끄러움보다 더 큽니다. 집 하나 마련해 주었으니 이제 다시 떠나야겠지요. 소설 속에서 저와 함께 부대꼈던 사람들이 모두 문 앞에 나와 섭니다. 제가 그들을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저의 등을 밀어 보내줍니다. 잘 가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과에는 모과의 속도가 매미에게는 매미의 속도가, 그리고 너에게는 너만의,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는 거라고.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라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몫의 울음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울어내는 거라고. 그러면 된다고.

플루토의 지붕

지붕만큼 황홀한 공간이 또 있을까. 어쩌면 이 지구 위에 처음 집이라는 ‘물건’을 만든 사람은 아궁이나 방이 아니라 지붕이 필요해서 집을 지은 건 아닐까. 어설픈 옥상에는 수없이 올라가 보았지만 나는 아직껏 지붕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지붕 위로 올라간 사람을 본 적은 있다. 초혼(招魂) 장면을 목격한 건 아홉 살 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 어른 중 누군가가 지붕 위로 올라갔다. 어른은 할아버지의 저고리를 흔들면서 할아버지 택호를 소리쳐 불렀다. 돌아와 달라고. 지붕 아래 우리는 그 모습이 무섭다 우습다 울다가 웃다가 했다. 펄럭이던 저고리가 지금도 선명하다. 청혼(請婚) 때문에 지붕 위로 올라간 친척이 있다. 제대하고 시골에서 상경한 그는 눈이 큰 서울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다. 청혼을 했다. 소식을 듣고 상경한 노모는 아들의 청혼 상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눈만 크고만. 아들은 결혼 승낙을 받아내기 위해 자취집 지붕 위로 올라갔다. 서울 지붕은 어째 더 높아 봬. 그 아래에서 간담이 서늘해진 노모는 내려오라 사정했고 아들은 버텼다. 허락해달라고. 아들이 이겼다. 노모는 서울 아가씨를 며느리로 받아들여야 했다. 두 혼, 초혼과 청혼의 장소로 지붕만한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래서일 것이다. 지붕이 나에게 더없이 황홀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은. 평택 대추리와 용산과 왕십리가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될 왕십리들. 몸도 마음도 게을러 현장에서 함께 하진 못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사람들에게 지붕들에게. 포클레인에 찍혀나가는 지붕들을 어디로든 날려 보내주고 싶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잡지 못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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