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1년에 경상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진주에 살면서 자연스레 형평운동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남문화연구소장이란 직책을 맡아 일하는 동안 <형평운동 70주년 국제학술회의>에 관여하면서 더욱 깊이 형평운동을 알게 되었다. 형평운동은 우리나라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운동이었다. 백정들에 대한 불평등한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일어난 이 운동은 인류의 역사에서 인권 신장을 위해 일어난 중요한 인권 운동 중의 하나이며, 우리나라가 근대사회로 진입했음을 드러내 주는 중요한 징표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형평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막연하게나마 이 운동을 주도해 온 분이 강상호 선생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강상호 선생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고, 기회가 되면 강상호 선생의 일대기를 쓰고 싶었다. 정년퇴임 후에 강상호 선생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자료가 김중섭 교수가 지은 《형평운동연구》였다. 형평운동의 역사적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형평운동의 발생에서부터 소멸될 때까지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잘 기술되어 있었다. 우선 이 책을 뼈대로 형평운동의 역사를 정리해 가면서 그 속에서 강상호 선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간추렸다. 그리고는 강상호 선생의 자제인 강인수 씨가 쓴 《은총의 여정》에서 강상호 선생의 일대기에 보충할 수 있는 부분을 추려내어 정리했다. 이 일들을 해 가면서 형평운동에 관련해 보도된 일제 강점기의 신문들을 검색해 사실 확인과 함께 인용할 필요가 있는 기사를 간추려 정리했다. 그 밖의 자료에서도 형평운동, 강상호 선생과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사실 확인과 함께 글 속에 보태 넣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강상호 선생이나 형평운동에 직접 관여한 분들이 쓴 글이나, 형평사에서 직접 기록해 둔 글을 한 편도 찾지 못한 것이다. 당시의 생생한 글이 없으니 당시에 발간된 신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미흡하나마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부족하나마 지금까지 정리한 글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김중섭, 강인수 두 분의 글이 없었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분은 형평운동에 관해 쓰신 글을 인용하도록 기꺼이 허락해주고, 원고를 검토해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