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8년 겨울에 작가로 등단했다. 전업작가로 20년을 살았으니 작가라는 말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로 기뻐하고 소설로 슬퍼하고 소설로 비상하고 소설로 추락하고 소설로 탕진하고 소설로 충전했으니 내가 살아낸 세월에 대한 감회는 오래된 항아리에 담긴 해묵은 장맛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평생 지속되는 부화와 발효, 썩고 또 썩어 스스로 삶의 거름이 되고 그것으로 문학의 결실을 도모했으니 문학이 곧 인생이요, 인생이 곧 문학이라는 말을 도무지 물리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전업 작가생활 20년을 스스로 기념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도모하고 싶었다. 내가 나의 작가인생을 스스로 위로하고 나처럼 작가의 길을 가려는 많은 사람에게 길라잡이가 되고 싶었다. 또한 작가가 되어서도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미미한 등빛이라도 되고 싶었다. 아무 책에도 의존하지 않고 오직 나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이니 토종이고 재래종이 분명하지만 그것의 행간에 담긴 메시지는 어느 나라 어떤 작가에게나 다 소통될 수 있는 본질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