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키츠의 집과 햇살처럼 따스한 분위기가 감돌던 슈베르트의 생가, 오페라 무대와 똑같았던 카르티에 라탱 '라 보엠'의 골목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평생을 살았던 옥스퍼드의 거리에 섰을 때, 나는 팽팽한 스무 살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감동'이나 '매혹' 같은 몇 마디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무수한 두려움과 떨림, 환희가 복잡하게 섞인 기분. 그 기분을 표현할 말을 나는 찾지 못했다. 다만 모든 핏줄이 다 파르를 떨리는 감동을 느낄 정도로 아직은 젊다는 것을, 그리고 삶은 언제라도 찬란하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여행 속에서 절감했다고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