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와서 농사짓고 산 지 16년째가 되다 보니 농사짓고 살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정말 뭐가 좋을까요?
시골 와서 농사짓지 않았으면 이렇게 책을 낼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책을 내는 것이 좋은 일이냐를 떠나서 틈틈이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제 경우는 시골에 와서 그게 가능해졌습니다.
매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보따리 싸 들고 산에 들어가서 명상 수련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시골 와 살았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형편없는 제 돈벌이 능력을 고려할 때 이렇게 온전한 자연식품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것도 시골 와 농사짓고 살지 않았다면 엄두를 못 낼 일입니다.
성격도 많이 누그러워진 것 같고, 몸도 건강해졌고, 아이들도 잘 자랐고, 세끼 밥 안 거르고 잘 먹고, 여력이 닿는 대로 이웃을 도와가며 살고 있으니 큰 복이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병들고 늙으신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는 것도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기에 망정이지 도시에 줄곧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곡절이야 있었지만 시골로 내려온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으니까 잘한 선택 같습니다.
...4일째 되는 날.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곡절 많은 제 삶이 짊어진 업보 같았습니다. 제 인생의 생존전략으로 보이기도 해 서글펐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구원'이라고 썼습니다.
남아있는 제 평생을 땅만 잘 파도 큰 깨우침으로 가는 통로가 있다고 믿게끔 되었다면 제법 귀농에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될까요? 성공이란 게 뭔지 다시 떠올려 봐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