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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태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10월 <해가 죽던 날>

67번째 천산갑

‘그’는 동지(同志)이자 ‘그녀’의 ‘게이미(Gay蜜)’다. 여성인 ‘그녀’와 게이 친구, 즉 게이미인 ‘그’의 보편적이지 않은 관계가 이 소설의 주요 서사 배경이다. 중화권에서 ‘미(蜜)’는 허물없이 다정한 친구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실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가장 달콤한 관계의 상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 소설은 서로 뜻이 통하고 마음이 투영되며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서로를 가장 잘 도와주는 ‘그녀’와 ‘그’의 관계를 통해 이런 어원적 의미를 증명하고 있다. ‘그녀’와 ‘그’는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라는 생텍쥐페리의 명제를 완미하게 실증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사회가 인정하는 그 잘난 보편적 관계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인성의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이 소설이 제시하는 중요한 의의 아닐까.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는 고통과 절망을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극과 절망, 고통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고통과 절망의 드러냄이 치유와 회복으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거나 확신하지는 않는다. 작가로서 그가 하는 일은 고통과 절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것에 국한된다. 옌롄커가 이를 독자들에게 전이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장치가 바로 꿈이다. 고통과 절망을 희화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그 무게와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되, 아픔과 추한 외상의 충격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서사의 장치가 바로 꿈인 것이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 그는 중국문학이 결여하고 있는 비극의식과 참회의식을 집중적으로 구현해내면서 오늘의 중국 문단에서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독창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그의 서사 경향을 중국의 적지 않은 비평가들은 주저 없이 ‘판타지 리얼리즘(魔幻現實主義)’이라고 부른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라오 아무개’들은 왜 고독한 것일까? 그들의 삶이 재현하는 고독의 근원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라오 아무개’들은 전부 타자화된 개인이기 때문이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아이들의 왕

그는 이 세 편의 소설에서 각기 다른 세 영웅들을 보여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웅이 된 보통 사람들이다. 이 영웅들은 이 세상에 제각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개인들의 영웅적 행위들을 통해 역사가 발전한다. …… 유명한 평자들의 거창한 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이 영웅들의 이야기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종종 논리가 아니라 풍경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광유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글쓰기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영혼을 담아 목숨을 걸고 써내는 이른바 ‘발분지작(發憤之作)’과 일정한 목적과 어젠다에 따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온갖 미학과 예술적 기교를 총동원하여 써내 감각에 호소하고자 하는 ‘무병신음(無病呻吟)’이 그것이다. 진실이 역사를 정리하듯이 문학 예술도 결국은 ‘발분지작’들만 살아남게 된다. 물론 나는 옌롄커가 절대적으로 ‘발분지작’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쓴다. 잘못 알려진 것처럼 체제에 저항하고 비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사유와 글쓰기의 초점은 정치적·사회적 현실이 아니라 원초적인 인간의 존재와 그 존재를 둘러싼 조건이다.

조직에 속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남는 법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를 꿈꾼다.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유 있게 소시민적 자아를 살현해 나가는 것이 모든 직장인들의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직장생활의 본질은 부자유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들은 엄정한 규율과 관리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해야만 제로섬 게임이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장에서 감수해야 하는 부자유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조직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모든 조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갖가지 규정과 제한, 요구사항, 업무량 등이다. 이러한 부자유의 대가로 직장은 직원들에게 임금과 사회적 성취의 기회를 제공한다. 직장인들은 시간과 정력, 주자유를 바친 대가로 받은 돈으로 자신이 향유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사들여 자아실현에 투여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부자유는 명문화될 수도 없고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심리적 부자유이다. 이는 조직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 사이의 개인적 편차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제한된 기회로 인해 조성된다. 모든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화되는 과정은 기계로 찍어낸 제품들처럼 똑같을 수 없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행동특성, 업무를 대하는 관점과 처리방법 등에 있어서 다양한 편차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성과 아질감들이 불가피하게 서로의 자유를 제한하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첫 번째 유형의 부자유는 해소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당연하면서도 생산의 기초가 되는 긍정적 부자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유형의 부자유는 우리의 노력과 신중한 사고로 얼마든지 최소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고, 자유롭고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 반드시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교와 방법론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풍아송

옌롄커의 바람대로, 이 작품이 “그젯밤에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처럼, 그 돌이 어디서 인간세계로 왔는지 모르지만 어쩐지 눈에 익으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래서 우리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오래오래 곱씹히는 소설로 읽히기를 바란다.

황니가

중국 독자들은 종종 찬쉐의 작품을 읽는 일을 두고 자신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하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두피에 잔뜩 힘을 주고 미지의 영역을 맞이할 단단한 각오를 갖춰야만 놀라운 문학적 사유의 격류 속에서 어렵사리 물살을 벗어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숨을 헐떡이면서 주위를 둘러본 뒤에야 자신이 이미 먼 거리를 표류해 왔고 근육의 힘이 소진되었음을 알게 된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길을 반딧불의 조명에 의지해 걷다 보면 밤이 반딧불보다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으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느낌들이 우리가 문학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짜릿한 전율 같은 아름다움이자 매력이 아닐까?

황인수기

그동안 유지해 온 모든 이론과 제도가 해체되고, 문명 전체가 송두리째 해체된 뒤에 우리가 갖게 될 서글픈 초상이 바로 이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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