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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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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진주형평운동>

국수를 닮은 이야기

지난밤 비에 젖은 언덕 위 그 곁은 채소밭 함석집 사철나무 울타리 가지치기를 하는 당신과 깡통을 두들기며 놀고 싶은 푸른 하늘입니다 이젠 이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울고 싶습니다 그는 런닝구 차림 그 곁은 살이 통통 오른 파꽃 파들의 꽃 2017년 겨울

외딴 저 집은 둥글다

오래되고 낡은 詩庫에서 끄집어낸 詩들을 묶는다 가만 보니 시도 늙고 시인도 늙었다 간밤에 내린 비는 빈 들 위에서 종일 젖고 있다 젖은 마을을 내려다보는 고요한 산,차마 눈물이 되지 못한 비는흙 속으로 스며들어 속으로 울리라 거기 드문드문 서 있는 노쇠한 나무들 맨 처음의 새싹이여 자기의 상처여! 차가운 비가 그렁그렁 시야를 얼룽이며 코로나19를 지나간다 - 2020년 6월

진주형평운동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과 모든 일에는 어떤 근원이 있을 것이다. 시인에게도 부모와 고향이 있다.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있고 내 가슴에는 하나의 도덕율이 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을 80 평생에 떠나지 않고 살았다. 그러면서 한 가지 도덕율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왜 모든 사람 안에 똑같은 양심이 있을까.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선 말리려 드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태도이다. 시는 이성에 의해서라기보다 직관에 의해 쓰여지더라도 그 직관 안에도 도덕성이 들어있다는 것이 칸트의 미학이다. 내가 성장했고 살고 있는 곳이 진주 고을이다. 사람이 소를 잡는 직업 때문에 가장 심하게 천대를 받는 백정 계급을 해방하고자 형평운동이 일어난 고장이다.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호강을 하면서, 그 호강을 제공하느라고 옷에 피를 묻히며 고생하는 도축 노동자들을 심하게 천대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이다. 백정들이 심한 천대를 받아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자식을 학교에도 보내지 못하는 봉건적 신분제도를 타파하려고 궐기한 형평사 운동은 진주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승화하지 않고서는 일제의 식민지 침탈에 대해서도, 해방된 나라의 민주화 투쟁에 있어서도 명분이 없다. 이 명분을 지키고 기념하는 일이 미학이 되고 시가 되는 일이 긍정 받을 수 있기를, 여기 우리 모두의 존재 근원이 풍요롭게 될 수 있기를 삼가 희망한다.

형평사를 그리다

등허리 굽은 소는 낡은 절이 되었다 어젯밤 등이 흰 소와 하늘 속으로 들어가 뭉게뭉게 구름으로 흘러 다니다가 언덕 아래 지붕 낮은 요사채에서 한잠의 꿈속을 털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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