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 35년째이고, 등단한 지 27년째이지만, 나이가 팔순에 이르렀으니 이 나이까지 살아온 흔적으로 ‘수필대표작선집’을 하나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700여 편 중에서 50편만 뽑는다는 것이 수월찮은 일이었다. 모두가 그만그만한 분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잡지사로부터 집중조명되었거나 한국명수필로 선정된 작품들을 비롯한 전국 대학의 현대문학 강의 자료로 활용된 작품들을 우선하고, 거기서 최신작 몇 편을 첨가했다.
나는 ‘오곡도’라는 통영의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가난한 숙부님의 도타운 보살핌으로 자랐다. 육지로 나가서 학교와 군軍복무를 마치고, 지방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통영에서 간부직으로 승진한 후, 경남도청과 마산·진주를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당시 통영군의 부군수와 충무시의 부시장을 각각 4년씩 역임하다가 통합 통영시의 초대·2대 민선시장의 영광을 안았다.
그때부터 나에게는 귀중한 보물이 하나 생겼다. 그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는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보물이었다. 언제나 모정母情처럼 포근한 바다가 있고, 잔잔한 파도와 바위의 입맞춤이 있고, 자갈밭을 구르는 도란도란한 이야기에 귀가 열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문화예술과 청사에 길이 빛나는 역사도 있었다.
나는 그 보물에게 아름다운 옷을 마련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전력투구해보았다. 멋스러운 문화예술을 더 돋보이게 하는 옷, 만선의 깃발에 어울리는 옷, 차원 높고 더 품위 있는 옷을 마련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보았으나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시민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와 ‘자신의 마음 다스리기’와 ‘민선시장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산문 형식으로 엮어보았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의 보물에게 새겨두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이 귀한 보물인 통영이, 앞으로 더 아름답게 다듬어져서 영원히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